토허구역 내 전월세 계약 46.3% 갱신계약 비중 가장 높은 곳은 강남구 이번 10·15대책에 매물 잠김 ‘심화’ 우려 “거래 자유 침해하는 것” 지적도
정부가 10·15대책으로 토허구역을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곳 등으로 확대하자 신규 전세 물건 잠김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토허구역 내에서 임차인이 있는 경우 집을 팔 수 없어 임대인이 퇴거를 요구하자 임차인이 갱신권 사용 등으로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1월부터 지난 22일까지 신고된 서울 아파트 전체 전월세 거래 건수는 총 20만4895건으로, 이중 갱신계약(재계약)은 41.4%(7만6570건)를 차지했다. 기간내 거래 신고를 한 전월세 계약 10건중 4건 이상이 재계약인 셈이다.
이는 지난해 전체 전월세 거래 25만977건 가운데 갱신계약(7만4768건)의 비중이 31.4%였던 것과 비교해 비중이 10%포인트가량 확대된 수준이다. 갱신계약 중에서 갱신권을 사용한 거래는 3만8298건으로, 50.0%에 달했다. 올해 갱신계약을 한 임차인의 절반이 갱신권을 행사한 것으로, 지난해 32.6%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올해 10월 현재까지 갱신권 사용 건수는 이미 지난해 1년치 사용 건수(2만4378건)을 크게 넘어섰다.
갱신계약과 갱신권 사용 비중이 커진 것은 작년부터 전셋값 상승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전세자금대출까지 옥죈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심각한 매물 절벽
특히 이런 현상은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더욱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서울시가 지난 3월24일 아파트 전체를 토지거래허가 대상으로 지정한 강남3구와 용산구 등 4개 구는 토허구역 확대 후 지난 22일까지 신고된 전월세 계약 3만6341건 가운데 갱신 계약이 1만5080건으로 46.3%를 차지했다.
이중 갱신권을 사용한 계약은 8315건으로 55.1%에 달한다.
같은 기간 비토허구역 21개구(일부 정비사업 단지는 허가대상)의 갱신계약 비중이 40.9%, 갱신권 사용 비중이 49.1%인 것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치다. 토허구역 4개 구 중에서 갱신계약 비중은 강남구가 48.9%로 가장 높았다. 갱신권 사용 비중의 경우 서초구가 57.8%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허가구역에서는 집을 사는 매수자가 즉시 2년 이상 실거주를 해야 해 신규로 유통되는 전세 물건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토허구역에선 기존 임차인의 전세 기한이 남은 경우 집을 팔 수가 없는 점도 문제다. 임대인 입장에선 임대차 기간이 종료돼도 임차인이 갱신권을 행사하면 최장 4년간 집을 팔 수 없어 토허구역내 임차인 퇴거 요구와 관련된 분쟁이 빈번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정부가 이번 10·15대책으로 토허구역을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곳까지 광범위하게 확대하면서 앞으로 수도권내 신규 전세 물건 잠김 현상이 심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신규 전세 물건이 감소하면서 전세의 월세화도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예측된다.
익명을 원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신도시 등 개발지역의 투기방지 목적으로 만든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도심 한복판의 집값 잡는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거래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계약갱신요구권까지 더해져 지정 기한이 장기화하면 전세시장까지 왜곡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