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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당 4억원도 꼭지가 아니라고?…무신사·크래프톤 품은 강북 최고존엄

위지혜 기자(wee.jihae@mk.co.kr)기사입력 2025.10.28 06:03:07

성수권, 팝업 천국서 업무지구로 진화
서연무장길, 강남 못지않은 핵심상권



MZ세대의 ‘팝업스토어(임시 매장)’ 성지로 각광받고 있는 성수동이 MZ세대의 ‘업무지구’로 빠르게 탈바꿈하고 있다.
3.3㎡(약 1평) 호가가 4억원까지 오른 성수동 연무장길 중심 상권에서 오피스가 들어서는 남측과 북측으로 상권이 넓게 확장되고 있다. 향후 크래프톤과 같은 거대 정보기술(IT) 기업이 들어서고 성수전략정비구역까지 신축 단지로 완성되면 고급 주거와 대기업이 즐비한 ‘차세대 강남’이 될 전망이다.

지난 21일 하나은행은 서울 성동구에서 자사 VIP 고객을 대상으로 ‘성수동 상권 투어’를 진행했다. 한 주 새 급격히 쌀쌀해진 날씨에도 고액 자산가 60여 명이 참석했다. 상권은 크게 4가지로 나뉜다. 2호선 성수역 근처 △북성수 △동연무장 △서연무장과 뚝섬역·서울숲역 근처의 △뚝섬 주변 상권이다.
메인 상권은 성수역 남측 서연무장길. 성수 열풍을 이끈 대림창고를 기점으로 기업 팝업스토어와 대형 옥외광고가 이어진다. 최환석 부동산 투자자문센터장은 “레트로한 분위기의 카페들이 모인 동네로 알려지기 시작한 성수동은 10년을 훌쩍 넘긴 현재, 팝업의 성지로 불리며 한국 최고 상권으로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연무장길 상권 건물들은 3.3㎡당 3억원을 훌쩍 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공기업 한국토지주택공사(LH)부터 실리콘밸리 기업 팰런티어까지 MZ세대와의 접점을 넓히기 위해 성수동 연무장길 팝업스토어를 찾고 있다. 그만큼 임대료도 천정부지. 연면적 853㎡ 건물의 월 임대료가 2억원이고, 외벽 광고비는 1시간에 1000만원이다.
기업들이 거액의 임차료를 지불하고도 팝업스토어를 여는 이유는 홍보 효과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팝업스토어에서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과 한정판 굿즈가 무료 또는 저렴한 가격에 제공된다.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MZ세대와 홍보 효과를 노린 인플루언서가 몰리고, 이들이 인스타그램 등에 게시물을 공유하면서 홍보가 되는 것이다.

성수동 연무장길은 넓은 도로변과 대형 필지, 평지라는 팝업스토어를 열기에 최적화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최근에는 연무장길이 확장되며 건대입구역과 가까운 동쪽 지역까지 팝업스토어가 들어서고 있다.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 음식점, 카페들은 건대입구역 근처나 뚝섬역 근처 남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성수동에서 ‘젠트리피케이션’(땅값 상승 등으로 원주민이 밀려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제 임대료도, 땅값도 오를 대로 오른 이른바 ‘끝물’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부동산 업계에서는 여전히 상권 전망을 밝게 본다. 무신사, 크래프톤 등 트렌디한 IT·뷰티패션 업계가 들어서기 때문이다.
무신사는 성수역 병기권을 확보해 ‘무신사역’ 브랜딩을 추진 중일 정도로 성수동 투자에 적극적이다. 무신사는 마스턴자산운용와 손잡고 성수동 용지 개발에 나섰는데, 내년 상반기에는 대형 오프라인 매장 ‘무신사 메가스토어 성수’를 열 예정이다. 조만호 무신사 의장과 무신사 명의로 성수동 건물 4채를 보유하고 있다.

젠틀몬스터, 탬버린즈로 인기가 많은 글로벌 패션 기업 아이아이컴바인드는 성수동에 신사옥을 마련했다. 우주선을 연상케 하는 독특한 외관의 이 건물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사옥 앞 빌딩도 허물었다. 건물 주인에게는 월 4000만원의 임차료를 주고, 이 자리에는 독일인 예술가 막스 지덴도프의 작품을 전시했다.

공 예정인 2조원 규모의 복합개발 프로젝트다. 이외에도 삼표그룹은 성수 레미콘 공장 용지에 지상 77층 규모의 복합시설을 조성할 예정이다.
부영그룹도 호텔 등이 들어선 49층 규모 복합빌딩을 짓겠다는 계획이다.
최 센터장은 “리테일과 팝업을 넘어 젠틀몬스터 사옥(아이아이컴바인)과 같이 미친 존재감을 표출하는 오피스 빌딩들이 본격적으로 입주하기 시작하면서 미래에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트랜디한 오피스와 힙한 리테일이 결합되는 상권으로 재도약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성수전략정비구역에는 재개발 사업을 통해 9428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향후 재건축이 완성되면 아크로서울포레스트, 갤러리아포레, 트리마제와 함께 대규모 고급 주거타운이 형성된다. 소비력 높은 인구가 늘면서 상권이 고급화되고, 교통 개선 등 시너지 효과도 낼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특히 최근에는 10·15 대책으로 주택시장 대출이 막히면서 상업용 부동산이 주목받는 추세다. 박진아 하나은행 전문위원은 “시장 유동성은 풍부하고, 금리도 내려갈 것이라는 신호가 있다. 주택 부문은 강력한 규제가 나왔으니 상업용 부동산 쪽으로 손님들의 관심이 돌아갈 것이라고 예측한다”고 말했다.

다만 성수동 상권은 100억원 이하 매물이 귀할 만큼 가격이 높게 형성돼 있다는 점, 일반상업지역이 아닌 준공업지역이라는 점 등은 한계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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