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주택 취득 후 3년 이내 기존 주택 처분 땐 양도세 비과세 혜택 제도 운영 ‘10·15 대책’ 서울 전역 토허제 지정 후 실거주 의무 발생·세입자 승계 불가
“기존 집을 전세 줘 매도를 미뤘는데, 이번에 허가구역으로 지정돼 거래 자체가 막혔어요. 비과세 요건 3년을 넘기면 다주택자로 간주돼 양도세가 최고 70% 넘게 붙는다던데, 그냥 이사하지 말 걸 그랬어요”
서울의 일시적 2주택자들이 예상치 못한 ‘양도세 폭탄’에 맞닥뜨렸다.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확대와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 등으로 기존 주택을 3년 이내 처분하기 어려워지면서, 신규 주택을 구입해도 양도소득세 비과세 혜택을 받기 힘들어진 것이다.
23일 부동산·주택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가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면서 전세 세입자가 있는 경우 매수자가 세입자를 승계할 수 없어 거래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해 최대 4년간 집을 비워줄 필요도 없다.
서울 강북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이사 갈 때 기존에 살던 아파트가 팔리지 않아 전세를 주면서 일시적 2주택으로 남는 형태는 흔한 일”이라며 “올해 들어 갈아타기 수요가 높아지면서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더욱 늘어났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세금 폭탄 예고된 일시적 2주택자
정부는 신규 주택 취득 후 3년 이내에 기존 주택을 처분하면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주는 제도를 운용해 왔다.
이사 과정에서 기존 주택이 바로 팔리지 않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에 마련한 예외 조항이지만, 10·15 대책으로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주택을 매수하려면 실거주 의무가 발생한다. 이럴 경우 매수자가 세입자를 승계할 수 없다.
더욱이 내년 5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가 종료되면 이들 부담은 더 커진다. 유예가 끝나면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자는 기본 세율(6~45%)에 20%포인트가 추가된다. 지방세를 포함하면 최고 71.5%에 달한다. 전세 만료 시점이 내년 5월 이후인 일시적 2주택자들은 사실상 세금 폭탄을 피하기 어렵다.
한 세무업계 관계자는 “서민 주거 지역인 관악·노원구 등까지 조정대상지역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며 일시적 2주택자처럼 양도세가 크게 늘어나는 사람이 속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일률적 규제가 시장 순환을 막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번 대책은 집을 사고 파는 ‘갈아타기’ 연결고리를 끊는 규제라며 토지거래허가구역 적용 예외나 실거주 의무 완화 등 세부 조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세금 부담 증가를 예상한 일부 주택소유자 사이에서는 매매 대신 증여를 택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법원 등기정보광장 자료를 보면 서울 집합 건물(아파트·오피스텔 등)의 증여 신청 건수는 올해 1월 419건에서 9월 881건으로 두 배 이상으로 급증하다. 이는 2022년 5월 이후 최고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