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남에 비해 개발이 더뎠던 강북이 달라지고 있다. 용산을 비롯해 동대문구, 노원구·도봉구까지 굵직한 개발 프로젝트가 가동되면서 베드타운 이미지에서 벗어나 미래 일자리를 창출하고 주거·상업·문화 시설을 한곳에서 모두 누릴 수 있는 ‘직주락’ 복합도시로 환골탈태를 준비하고 있다. 재건축·재개발도 활기를 띠면서 강남에 버금가는 신흥 주거지도 탄생할 전망이다.
27일 서울시는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공사)·코레일과 용산국제업무지구 도시개발 사업 기공식을 열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은 용산 철도 정비창 용지에 업무·주거·상업 기능을 합친 복합도시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국가의 미래 도시 경쟁력을 책임질 ‘글로벌 비즈니스 거점’으로 탈바꿈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시가 추진하는 강북 대개조의 핵심 사업 중 하나다.
용산국제업무지구처럼 강북권 대개조를 뒷받침하는 개발 사업이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창동·상계 일대는 미래형 경제도시로 탈바꿈한다. 최근 시가 공개한 개발계획에 따르면 2028년 착공을 목표로 창동차량기지 일대에 서울디지털바이오시티(S-DBC)가 들어선다. S-DBC 중앙부엔 바이오 산업의 거점인 20층 규모의 산업단지를 조성한다.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800여 개 기업이 입주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하철 노원역(4·7호선) 역세권에는 50층 높이의 고밀 개발을 유도해 호텔과 컨벤션, 복합문화시설 등을 짓는다. 중랑천변엔 수변공원과 함께 쇼핑·문화시설 등이 들어선다. 창동차량기지 맞은편엔 카카오 주도로 최대 2만8000명을 동시 수용할 수 있는 K팝 중심 복합문화시설인 ‘서울아레나’가 내년 상반기에 완공될 예정이다.
노원구 월계동 광운대역 물류용지엔 최고 49층 높이에 달하는 3000여 가구 아파트와 함께 오피스와 상업시설이 혼합된 복합개발 공사가 한창이다. 서울시는 상권이 침체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일대도 대대적으로 재정비하기 위해 마스터플랜을 짜고 있다. 은평구 옛 국립보건원 용지에도 복합 단지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강북권에 개발 사업이 이렇게 많기는 처음”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서울시가 강북권 대개조에 나선 것은 강북의 변화가 지역 균형발전뿐만 아니라 서울의 미래를 새로 쓰는 대전환의 출발점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강북권은 서울 전체 면적의 40%, 인구의 43%를 차지한다. 그럼에도 강남과 강북 간 지역내총생산(GRDP) 격차가 여전히 크다. 이에 시는 작년 규제 완화와 파격적 인센티브로 다양한 개발 프로젝트를 가동시켜 ‘강북 전성시대’를 열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이제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침체됐던 강북권 주택 정비사업도 분위기가 바뀌었다. 서울시가 용적률 완화화 사업성 보정계수 적용, 사업 속도를 높여주는 신속통합기획을 도입하는 등 주택 공급 지원책을 총동원하면서 정체됐던 사업이 다시 본궤도에 올랐기 때문이다.
15년간 진척이 없던 강북구 미아2구역이 대표적이다. 서울시가 20년 만에 재정비촉진지구(뉴타운)의 법적 상한 용적률을 최대 1.2배까지 확대하고, 기준 용적률도 20%에서 30%로 올리면서 최고 45층, 4003가구의 미니 신도시급 단지로 재탄생된다. 성북구 장위12·13구역, 노원구 상계5구역 등도 같은 방식으로 재개발을 전폭 지원하고 있다. 노원구 상계동·중계동·하계동 일대는 10만가구 규모로 신도시급 재건축을 추진한다. 강북권에 유독 많은 노후 빌라촌은 모아주택·모아타운 사업을 통해 도로 등 기반시설을 확충하며 새 단지로 정비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021년 시장으로 복귀한 뒤 현재까지 총 361곳이 민간 정비구역으로 지정됐는데, 이 중 강북은 175곳으로 강남(186곳)과 엇비슷하다. 시는 2031년까지 강북 지역에서 12만가구 주택이 착공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강북권 개발의 기반이 되는 교통망도 확충되고 있다. 지난 24일 동북권 지역의 숙원사업인 우이신설선 연장 공사가 첫 삽을 떴다. 서울시는 양천구 목동역과 동대문구 청량리역을 잇는 강북횡단선을 추진한다. 또 내부순환로는 차선을 늘리고 지하화해 강북 교통 인프라스트럭처를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강북권에 녹지와 문화시설도 조성되고 있다. 서울시는 동대문구 전농동에 서울 최대 규모의 시립도서관을 짓는다. 서북권의 첫 시립도서관인 김병주도서관은 2027년 개관을 목표로 공사 중이다.
동부간선도로를 지하화해 대규모 공원을, 중랑천·우이천 등 하천엔 상업시설과 연계한 수변공원을 각각 조성하고 있다.
강북에서 20분 안에 걸어서 푸릇푸릇한 녹색 공간에 닿을 수 있는 정원도시를 구현하고 있는 것이다.
오 시장은 “강북에 대한 산업·주거·교통 인프라 투자를 획기적으로 늘려 ‘강북전성시대’를 열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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