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이희수 기자(lee.heesoo@mk.co.kr)기사입력 2026.04.01 12:59:15

오는 17일부터 다주택자가 보유한 수도권·규제지역 아파트 담보대출의 만기가 연장되지 않는다. 만기가 끝나는 즉시 남은 대출을 다 갚아야 하는 것이다. 당장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다주택자 소유 수도권·규제지역 아파트 물량은 1만 2000가구로 추산된다.
다만 정부는 세입자 보호를 위해 임대차계약 종료일까진 예외적으로 대출만기를 연장해 주기로 했다. 무주택자가 다주택자가 내놓은 세입자 있는 아파트를 사는 경우 관련 임차 기간이 끝날 때까지 실거주 의무도 한시적으로 풀어준다. 예외 사항을 자세히 살펴보자.
1일 금융위원회는 ‘2026년도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이같이 발표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개인과 임대사업자 등 모든 다주택자가 보유한 수도권·규제지역 내 아파트 담보대출의 만기연장을 원칙적으로 불허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다주택자 정의도 제시했다. 지역과 무관하게 주택을 2채 이상 소유한 개인 또는 임대사업자를 다주택자로 정의했다. 다만 보유 주택 숫자를 셀 때 일부 예외를 두기로 했다. 이미 매도 계약이 체결된 상황이라 조만간 내 집이 아닐 주택, 가정 어린이집으로 쓰이는 주택, 준공 후 미분양 주택, 문화재 주택, 인구감소지역 주택 등이다.
가령 서울에 아파트 2채를 갖고 있는 사람이 1채는 어린이집으로 임대주면, 2주택자가 아닌 1주택자로 봐준다. 임대 목적으로 새로 지어서 공급하는 민간건설임대주택, 상속·채권보전을 위한 경매 참가로 불가피하게 취득한 주택도 마찬가지다. 이런 주택들은 다주택자가 가진 주택 수를 계산할 때 빼주기로 했다. 해당 주택에 대출이 있어도 만기를 연장해준다.
반면 서울에 아파트 1채와 빌라 1채를 갖고 있는 경우엔 예외 없이 다주택자가 된다. 아파트 담보대출 만기가 도래하면 연장이 안 되는 것이다. 이번 규제는 특히 만기 때 대출금을 한꺼번에 다 갚는 ‘만기일시상환’ 방식 대출을 받은 다주택자에게 큰 타격을 줄 전망이다. 주로 임대사업자가 이 같은 방식으로 대출을 많이 받았다.
정부는 다주택자가 아파트를 담보로 받은 만기일시상환 대출 규모를 약 4조 1000억원(1만 7000건)으로 파악했다. 이 중 올해 안에 만기가 도래하는 대출 규모는 2조 7000억원(1만 2000가구) 수준이다. 대출 상환 부담을 느낀 다주택자 매물이 최대 1만 2000가구 시장에 나올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이 위원장은 “임차인이 있는 경우엔 세입자 보호를 위해 임대차계약 종료일까지 만기 연장을 허용한다”고 말했다. 세부적으로 4월 1일까지 유효하게 체결된 신규 임대차계약의 종료일까진 대출만기를 연장해 준다. 만약 다주택자가 이날 세입자와 전세 계약(2년 기본)을 새로 맺었으면, 2028년 4월 1일까진 해당 주택을 담보로 받은 대출만기가 연장되는 셈이다.
갱신계약도 고려했다. 우선 이번 대책의 실제 시행일은 4월 17일이다. 정부는 대책 시행 전날인 4월 16일까지 이뤄지는 ‘묵시적 갱신(자동연장)’에 대해선 갱신계약 종료일까지 만기를 연장해 주기로 했다. 묵시적 갱신은 전월세 계약이 끝나기 두 달 전까지 집주인이나 세입자가 별다른 말이 없으면, 기존 계약이 자동 연장된 것으로 보는 제도다.
예를 들어 올해 6월 16일에 끝나는 전세 계약이 있다고 가정하자. 두 달 전인 4월 16일까지 집주인이나 세입자가 별다른 의사를 표시하지 않으면 해당 계약은 2028년 6월 16일까지 자동 2년이 연장된다. 이에 맞춰 대출만기도 연장해주기로 했다.
그러나 6월 17일에 끝나는 전세 계약부턴 두 달 전인 4월 17일이 대책 시행일이라 봐주지 않는다. 임대차 기간은 자동 2년 연장되지만, 대출은 만기 연장이 되지 않는 셈이다. 결국 대출 상환 부담이 있는 다주택 집주인이라면 4월 2~16일 사이에 반드시 세입자에게 계약갱신 거절 의사를 표명해야한다.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2년+2년)을 쓰는 경우도 있다. 정부는 오는 7월 31일까지 종료되는 임대차계약에 대한 계약갱신청구권이 행사되면 대출만기도 그에 맞춰 미뤄주기로 했다. 쉽게 말해 임차 기간이 올해 7월 31일까지인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쓰면 2028년 7월 31일까지 해당 집에서 살게 된다. 이때 다주택 집주인 대출도 2028년 7월 31일까진 회수하지 않는다.

대출 상환 부담이 있는 다주택자라면 차라리 집을 팔겠다고 나설 수 있다. 이 경우 세입자 주거 불안이 문제로 지적돼 왔다. 현재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새 집주인에게 실거주 의무가 바로 부여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에 이번 대책을 통해 토지거래허가제에 따른 실거주 의무를 일부 완화해주기로 했다.
물론 무주택자가 다주택자가 소유한 세입자 있는 주택을 사는 경우로 한정했다. 1주택자가 갈아타는 경우는 해당되지 않는다. 금융위는 “무주택자가 2026년 12월 31일까지 지자체에 토지거래허가신청을 접수하고 허가일로부터 4개월 이내 취득하는 경우엔 실거주 의무를 임대차계약 종료일까지 유예한다”고 설명했다.
세 낀 다주택 매물을 사는 무주택자가 연내 토지거래허가신청을 접수하기만 하면, 세입자의 임대차 기간만큼은 실거주 의무가 밀리는 셈이다. 현재 규제상 세입자 임차 기간이 가장 긴 건 2028년 7월 31일까지다. 결국 무주택자가 세 낀 다주택 매물을 살 땐 최대 2028년 7월 31일까진 실거주 하지 않아도 된다.
이 위원장은 “토지거래허가제 실거주 의무 완화 등을 통해 다주택자의 신속한 매물 출회를 적극 유도하겠다”며 “그 외에도 주택 매도가 어려운 경우에 대한 예외 인정을 통해 불측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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