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허제·다주택자 매도 늘자
성북 전세 1년새 90% 급감
길음 84㎡ 전세 10억 돌파
일부 매물은 송파 가격 넘어
송파 잠래아 등 대단지 입주
매물 쏟아져 전세 가격 약세

실거주 수요가 집중된 서울 강북권의 전세난이 연일 심화하고 있다. 성북구와 중랑구, 노원구 등지에선 전세 매물이 빠르게 줄어들면서 전셋값이 상승세를 이어 가는 중이다. 반면 최근 대단지 입주가 이어진 송파구는 전세 물량이 늘어나며 전셋값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일부 강북권 단지에선 전셋값이 송파구 대장 단지를 웃도는 역전 현상까지 관측됐다.
23일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성북구의 전세 물건은 1년 전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지난해 3월 24일 1373건에 달했던 성북구 아파트 전세 물건은 이날 기준 125건으로 90.9% 감소했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가장 가파른 감소세다. 이 기간 중랑구와 노원구 등 강북권 지역의 전세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전세 공급 감소는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18억원에 매매 거래된 성북구 길음동 롯데캐슬클라시아 전용면적 84㎡는 최근 잇달아 10억원을 넘는 가격에 신규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지난 10일 10억5000만원에 계약된 데 이어 17일에도 10억원에 전세 거래가 신고됐다. 2022년 준공된 2029가구 대단지인 이 단지는 현재 매매 물건이 26건인 데 반해 전세 물건은 6건에 불과하다. 전세 호가는 10억8000만~11억2000만원에 형성돼 있다. 지난해 말까지 이 단지 전세 계약은 8억원대에 체결됐다.
전셋값이 10억원을 넘어서는 현상은 동작구에서도 확인된다. 상도동 e편한세상상도노빌리티는 매매가가 21억원대인데 이달 들어 신규 전세 계약이 10억원대에 체결되고 있다. 갱신 계약은 주로 8억원대에 이뤄져 신규와 갱신 간 가격 차이가 뚜렷하다.

이처럼 전셋값이 강세를 보이는 데는 복합적 요인이 작용했다. 우선 지난해 10·15 부동산 대책으로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서 2년 실거주 의무가 부여돼 사실상 갭투자가 차단됐다. 신규 전세 공급이 일제히 위축된 가운데 실거주 수요가 강한 강북권이 타격을 더 크게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입주 물량 부족도 겹쳤다. 한국부동산원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공동주택 입주 물량은 2만7158가구로, 작년(4만6719가구)의 58.1% 수준이다.
계약갱신청구권 사용이 정착되면서 기존 전세 물건이 묶이는 효과도 공급 위축을 부채질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세 재계약 비중은 지난해 1월 36.5%에서 올해 2월 52.8%로 절반을 넘어섰다.
수요 측면에서도 강북권 쏠림을 부추기는 요인이 겹쳤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시행을 앞두고 세입자가 있는 집을 서둘러 내놓는 매도가 늘면서 기존 세입자들이 새 전셋집을 찾는 수요가 급증한 것이다. 강남권의 높은 전세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이들 수요가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낮은 강북·외곽으로 집중되며 공급 부족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반면 송파·잠실 일대에서는 잠실래미안아이파크·잠실르엘 등 대단지 신규 아파트 입주가 잇따르면서 전세 물량이 단기간에 크게 불어났다. 이에 따라 송파구에서는 매매가 30억원을 넘는 대표 단지들의 전셋값이 10억원 안팎에 형성되고 있다. 일부 단지에선 10억원 미만 계약도 이뤄졌다. 지난달 30억6000만원에 매매된 신천동 파크리오 전용 84㎡는 이달 5일 10억5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2월 초까지 12억원 선이던 이 단지의 전셋값은 이달 들어 상당수 계약이 10억원대에 체결됐다. 현재 전세 매물은 70여 건이며, 호가는 9억5000만원대까지 나와 있다.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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