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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이 불안할 줄은”…불장에 뛰어든 5060, 빚투·단타 급증

김제림 기자(jaelim@mk.co.kr), 나현준 기자(rhj7779@mk.co.kr)기사입력 2026.03.23 06:32:02

올해 신규개설 증권계좌 분석

적금·부동산 선호하던 고령층
주식 머니무브, 계좌 4~6배 늘어
50대 회전율 증가 178%로 최고
빚투 투자자 3분의 1은 60대 이상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불혹’을 훌쩍 넘긴 나이도 주식시장을 강타한 ‘포모(FOMO·상승장을 놓칠까 두려워하는 심리)’를 피할 순 없었다.
증시 대기자금이라고 할 수 있는 투자자 예탁금이 지난해 말 90조원에서 최근 130조원까지 늘어난 가운데 개인 투자금 중 상당수가 50대 이상 투자자금으로 분석됐다. 통상 젊은 층이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에 많이 투자한다는 통념과 다르게 코스피 강세장에 자극받은 50대 이상이 풍부한 실탄과 공격적 베팅 성향으로 무장해 시장에 진입한 것이다. 최근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빚투’ 투자자 중 6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도 커져 변동성 장세에서 노령 투자자들의 주의가 촉구된다.
22일 매일경제신문이 한 대형 증권사에 의뢰해 올해 1월과 작년 1월 신규 계좌를 개설한 고객을 비교한 결과 연령이 높아질수록 올해 가입한 고객의 투자금이 많고 회전율도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60대는 다른 세대에 비해 신규 계좌 개설 수도 큰 폭으로 늘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작년 1월 신규 계좌 수에 비해 올해 1월은 269%나 급증했다. 연령대별로는 20대가 146%, 30대는 199% 늘어났다. 이에 비해 50대와 60대는 각각 384%, 590% 증가했다. 20·30대는 이미 소액으로 접근 가능한 주식투자가 보편화돼 있어 신규 투자자 유입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반면 그간 예·적금이나 부동산 자산을 선호하던 50·60대는 작년 말부터 본격화된 ‘불장’을 보고 주식시장에 대거 진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처음 진입한 50대 이상 투자자는 쌓인 연륜만큼이나 투자자금이 큰 것도 특징이다. 이는 지난해 1월과 비교해서도 도드라진다. 신규 계좌의 평균 잔액(평잔)을 보면 올해 개설한 60대 이상 투자자는 지난해보다 158% 커졌다. 이는 20대(23%) 30대(14%)와 대조적이다.
신규 투자자들의 세대별 평잔은 30대가 130만원, 40대는 240만원으로 적었지만 60대 이상은 2940만원에 달했다. 60대 이상이 예·적금으로 쌓아둔 자금을 대거 주식시장으로 이동시키면서 ‘머니무브’가 나타난 것이다.
세간에서는 공격적인 단타 매매를 20대들이 가장 많이 한다고 인식한다. 하지만 막상 실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신규 고객 중 50대가 회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부터 꾸준히 주식투자를 해온 50대 이상은 장기투자 성향이 강하지만 새로 유입된 시니어 개미들은 단타 양상을 보인다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신규 고객 중 20대 회전율이 236%인 데 반해 50대는 837%에 이르렀다. 60대 이상 회전율도 303%로 두 번째였다. 반면 작년 1월 신규 계좌를 만든 50대나 60대 이상 회전율은 기존 인식대로 다른 세대들보다 낮았다. ‘불장’을 보고 진입한 신규 시니어 개미들의 성향이 과거와 다르다는 것이다.
다만 수익률은 세대 간 차이가 없었다. 신규 계좌의 평균 수익률은 20대에서 60대 이상까지 모두 30% 안팎으로 나타났다.
한편 고령층의 신용투자가 빠르게 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관가 안팎에 따르면 주식 신용공여 잔액 중 6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27%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과거와 비교해 크게 증가한 수준이다. 금융감독원이 2020년 발표한 개인투자자 신용거래 자료에 따르면 2019~2020년 당시 60대 이상 비중은 19% 수준이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최근 2030세대의 신용투자 비중은 오히려 줄어든 반면 60대 이상은 빠르게 늘고 있다”며 “고령층의 신용투자 확대를 금융당국이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에서 우려하는 것은 이 같은 빚투(빚내서 투자)로 노후자금마저 손실이 날 수 있다는 점이다. 중동발 외부 충격이 보다 커지면 일부 고령층의 노후 생계마저 흔들릴 수 있다. 특히 근로소득이 제한된 60대 이상은 향후 상환능력 관점에서 리스크가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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