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78년만에 농지 전수조사
무단 휴경·임대 땐 강제 매각
불이행 땐 매년 땅값 25% 벌금
매수자 없어 팔기도 힘들어
비사업용 장특공 내후년 폐지
농사 안짓는 땅, 2억원 차익땐
양도세 5108만 → 1억407만원

서울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A씨는 2022년 전남광주통합특별시에 있는 농지 약 2000㎡(600평)를 증여받았다. 직장을 다니느라 직접 농사를 짓지 못하고 땅을 그대로 뒀는데, 정부의 농지 전수조사 결과에 따라 처분의무 대상이 될 처지에 놓였다. 해당 농지가 세법상 비사업용 토지로 분류되면 향후 매각할 때 양도소득세 부담까지 커질 수 있다.
정부가 78년 만에 농지 전수조사에 나서면서 농지법을 위반한 토지에 대한 관리가 강화된다. 처분의무에 이어 처분명령까지 이행하지 않으면 땅값의 25%에 달하는 이행강제금이 매년 부과된다.
문제는 지방 농지의 경우 환금성이 낮아 처분하려 해도 매수자를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여기에 2028년부터 비사업용 토지의 양도세 부담까지 크게 늘어날 예정이어서 비경작 농지 소유자들의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 처분명령 땐 1년 안에 팔아야
정부 등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5월부터 1996년 1월 1일 이후 취득한 농지 136만㏊를 대상으로 실제 농업 목적으로 이용되고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 농업경영계획서를 제출하고도 직접 농사를 짓지 않거나 불법 임대차를 한 농지, 무단으로 휴경한 농지 등이 주요 조사 대상이다.
정당한 사유 없이 농사를 짓지 않은 사실이 확인돼 처분의무가 부과되면 소유자는 1년 안에 농지를 처분해야 한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6개월의 기간을 정해 처분명령이 내려지고, 이후에도 처분하지 않을 경우 농지 감정평가액과 개별공시지가 중 높은 금액의 25%에 해당하는 이행강제금이 매년 부과된다.
증여로 농지를 취득한 사람뿐 아니라 개발 기대감에 농지를 사두거나 은퇴 후 귀촌을 위해 미리 농지를 마련한 사람도 실제 이용 상태에 따라 처분 대상이 될 수 있다.
농식품부 기본조사에서는 농지 소유 제한 위반, 불법 임대차, 불법 전용, 무단 휴경 등이 의심되는 농지가 전체 조사 대상의 27% 수준으로 나타났다. 유형별로는 불법 임대차 의심이 21.1%로 가장 많았고 무단 휴경 11.6%, 불법 전용 9.0%, 소유 제한 위반 1.4% 순이었다. 다만 농식품부는 일반적인 위반 사항에 대해서는 곧바로 처분하기보다 계도 등 대안 조치를 우선한다는 방침이다.
◆ 지방 농지, 수년째 거래 잠잠
문제는 농지가 주택에 비해 거래가 활발하지 않아 처분명령을 받아도 매수자를 찾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지방 농지는 소유자가 팔려고 내놔도 수년 동안 거래되지 않는 경우가 적잖다"며 "적절한 매수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여기에 정부 세제개편으로 비사업용 토지에 대한 양도소득세도 강화된다. 비사업용 토지는 일정 기간 토지를 사업이나 생산활동 등에 직접 이용하지 않은 경우 세법상 분류되는 토지다. 농지는 재촌(在村)·자경(自耕) 여부 등이 주요 판단 기준이다. 농지를 직접 경작하지 않아 농지법상 처분 대상이 된 소유자는 요건에 따라 양도세 중과까지 적용받을 수 있는 셈이다.
현재 비사업용 토지도 3년 이상 보유하면 연 2%씩 최대 30%의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받을 수 있지만 2028년부터 이 보유 공제가 폐지된다. 기본 양도소득세율(6~45%)에 더해지는 중과세율도 현행 10%포인트에서 20%포인트로 높아진다. 과세표준 최고구간의 경우 지방소득세를 포함한 세율이 최고 71.5%에 이르게 된다.
A씨가 양도차익 2억원을 남기고 2027년 농지를 매각하면 양도세는 7179만원이지만 2028년 매각하면 1억407만원으로 45% 증가한다. 15년 이상 보유한 토지에서 같은 양도차익이 발생했다고 가정하면 세 부담은 2027년 5108만원에서 2028년 1억407만원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난다.
적법하게 주말·체험영농을 하는 농지 소유자도 세제개편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농지법상 적법하게 이용하고 있다면 처분의무 대상은 아니지만 세법상 비사업용 토지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농지 전수조사는 농지 이용현황을 파악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농촌 고령화로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을 과거처럼 유지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며 "농지를 사줄 농민이 부족한 상황에서 처분명령과 비사업용 토지 양도세 중과가 동시에 작동하면 농지 소유자의 부담이 지나치게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의 비사업용 토지에 대한 양도세 중과는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농지 정책도 소유자 중심의 규제에서 실제 농지가 어떻게 이용되는지를 중심으로 관리하는 체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용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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