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을 하며 성실하게 매달 꼬박 국민연금 보험료를 10년 이상 낸 사람이 정작 노후에는 국민연금 때문에 기초연금을 덜 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길고 받는 연금액이 많아질수록 기초연금이 줄어들 가능성이 커지는 현행 ‘국민연금 연계 감액’ 제도 때문이다.
23일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 수급액과 연계해 감액된 기초연금은 총 804억4062만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의 276억1574만원과 비교하면 4년 만에 2.9배로 불어났다.
기초연금을 깎인 수급자도 늘었다. 같은 기간 38만9000명에서 84만2000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단순 계산한 1인당 연간 감액액도 약 7만1000원에서 9만6000원으로 증가했다.
국민연금은 가입자가 매달 보험료를 내고 가입 기간과 소득 등에 따라 나중에 연금을 받는 사회보험이다. 반면, 기초연금은 세금을 재원으로 일정 소득·재산 기준을 충족한 65세 이상에게 지급하는 제도다.
문제는 서로 다른 두 제도가 실제 지급 단계에서는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현행 제도에서는 기초연금 수급 대상자가 국민연금을 함께 받는 경우 국민연금 급여 수준 등을 고려해 기초연금 수급액이 줄어들 수 있다.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길고 수급액이 많을수록 연계 감액 대상이 될 가능성이 커지는 구조다. 보험료를 더 오래 내 국민연금을 늘렸는데 그중 일부가 기초연금 감소로 상쇄되는 일이 생길 수 있는 셈이다.
이런 구조 탓에 국민연금에 오랫동안 가입한 사람 입장에서는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 노후를 대비해 보험료를 성실하게 납부한 결과 국민연금은 늘었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기초연금이 줄어들 수 있어서다. 국민연금 가입자들 사이에서는 “이게 말이 되느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도 국민연금 수급액이 증가할수록 기초연금이 감소하는 구조에서는 보험료 납부를 통해 추가로 확보한 노후소득의 일부가 기초연금 감액으로 상쇄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민연금 가입 유인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기간 보험료를 납부한 데 따른 국민연금 증가 효과가 기초연금 감소로 일부 희석될 경우 국민연금 제도 자체에 대한 신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현 제도에서는 이런 사례가 앞으로 더 많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국민연금 제도가 성숙하면서 장기 가입자가 계속 늘고 있고 국민연금 수급자도 증가하고 있어서다. 실제 국민연금 수급자는 2021년 586만명에서 지난해 768만명으로 늘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제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역할을 다시 정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초연금은 노후 최소소득을 보장하는 역할에 집중하고, 국민연금은 가입자가 낸 보험료에 비례해 노후소득을 보장하는 역할을 맡도록 두 제도의 경계를 보다 명확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앞으로 국민연금 보험료율이 올라 가입자의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연계 감액 제도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불만은 더 커질 수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관계를 단순히 급여를 얼마나 줄이고 늘릴지의 문제가 아니라 공적연금 전체의 역할 분담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