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재건축·재개발 단지 층수가 40층 이상으로 높아지면서 설계가 진화하고 있다. 고층 아파트에 맞춰 대형화·고급화 바람이 불고 있다.
2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고 65층으로 재건축하는 강남구 압구정2구역은 천장고를 3.0m로 설계에 반영할 예정이다. 기존 아파트 천장고가 2.3m인 점을 감안하면 호텔식 설계에 가깝다. 고급 주택의 대명사인 나인원 한남의 천장고(2.8m)보다 높다.
천장고는 바닥 마루부터 천장 마감면까지의 높이를 의미한다. 천장고가 높으면 개방감뿐 아니라 체감 면적이 커지는 효과가 있다. 창호 면적도 넓어져 조망과 일조에도 유리하다.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있는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제1지구는 최고 69층으로 재개발을 하는데, 수주전에 뛰어든 GS건설도 천장고 3.0m를 제안했다. 최고 40~49층 재건축을 추진하는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14개 단지도 대체로 2.7~2.8m의 천장고를 적용할 예정이다.
고속 전용 엘리베이터도 핵심 요소로 떠올랐다. 층수가 높아질수록 엘리베이터 대기 시간이 주거 만족도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40층 이상을 계획한 단지에선 ‘가구당 전용 엘리베이터’가 기본 설계로 자리 잡고 있다. 국내 대형 설계사들의 수주전이 뜨거웠던 목동 재건축 단지에선 가구당 2대의 전용 엘리베이터를 배치하는 방안까지 제시됐다. GS건설은 성수1지구 초고층동에 가구당 1.5대의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제안했다. 초고층동 엘리베이터 속도는 1분당 360m에 달한다. GS건설 관계자는 “가구당 엘리베이터가 1대인 경우(39.2초)보다 평균 대기 시간(19초)이 2배 짧아진다”고 설명했다.
현대건설은 저층·중층·고층부 전용 엘리베이터를 따로 운행해 층별로 동선을 분리하는 설계를 내놨다. 고층 거주자의 이동 편의성과 프라이버시를 높이기 위한 전략이다.
쓰레기 배출 방식도 진일보하고 있다. 고층 아파트에선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 지상층까지 내려가는 불편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번거로움을 줄이기 위해 고급 레지던스처럼 음식물 쓰레기는 가구 안에서 처리하고, 일반 쓰레기는 층별 배출구에 소화하는 방식의 설계를 도입하고 있다.
고층화는 지상 공간의 쓰임새도 바꾸고 있다. 건물을 높게 올리면 지상에 여유 공간이 늘어나는 만큼 단지 내 대규모 녹지 공간과 순환산책로, 테마정원 등 특화 조경을 넣기 쉬워진다. 최근 정비사업 수주전에서 뉴욕 ‘센트럴파크’식 조경을 내세우는 설계사무소들의 제안이 부쩍 늘어난 배경이다. 강북 재건축 최대어 중 하나로 꼽히는 마포구 성산시영은 최고 40층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데, 3만평 규모의 공원과 2.2㎞ 길이의 단지 산책길이 제시됐다.
지하나 지상에 머물던 커뮤니티 시설은 ‘하늘’로 올라가고 있다. 커뮤니티 시설이 건물 중층이나 최상층에 조성되고 것이다. 목동 신시가지 8단지는 49층 2개 동에 한강과 안양천을 360도 파노라마로 조망할 수 있는 스카이라운지가 설계안에 들어갈 전망이다. 여기에 라운지, 게스트룸, 파티룸, 다이닝룸, 라이브러리 등이 다양한 시설이 마련된다. 성산시영에는 모든 주동 꼭대기에 한강을 볼 수 있는 ‘스카이 가든(하늘 위 정원)’이 조성될 예정이다.
문제는 비용이다. 고강도 콘크리트와 구조 보강, 피난안전구역 등 추가 설계가 필요한 만큼 공사비가 불어날 가능성이 높다. 완공 뒤 관리비 부담도 커질 수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40층 이상 정비사업지가 늘수록 고층 주거에 맞춘 특화 설계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