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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세월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서울 구축들, 가격방어 속도전

한창호 기자(han.changho@mk.co.kr)기사입력 2026.04.22 21:28:18

집값 상승에 사업성 확보…최적기 판단
남산타운, 임대제외 리모델링인가 획득
목동 한신청구도 구청에 조합설립 접수



서울 주요 중층 아파트 단지들이 리모델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집값 상승으로 사업성이 일부 확보된 데다, 재건축을 마냥 기다리기보다 단지 가치 하락을 막는 ‘가격 방어’ 수단으로 리모델링을 택하는 곳이 늘고 있어서다. 다만 공사비 급등과 수억 원대 분담금 부담은 여전히 넘어야 할 고비로 꼽힌다.

2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중구청은 지난 21일자로 신당동 844 일대 남산타운아파트 리모델링 주택조합설립 인가를 냈다.

남산타운은 지하철 6호선 버티고개역과 3·6호선 환승역 약수역 역세권에 위치한 5150가구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다. 2002년 준공된 뒤 2018년 ‘서울형 리모델링 시범단지’로 지정됐지만 5150가구 중 2034가구가 서울시 소유 임대주택이라 사업이 진도를 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리모델링 조합을 설립하려면 전체 소유자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데, 민원으로 인해 서울시가 리모델링 사업에 동의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올해 초 남산타운 조합과 중구청, 서울시가 협의를 통해 임대단지를 조합 설립 대상에서 제외하지만 리모델링 공사를 할 때 임대단지의 외관도 정비한다는 ‘조건부 조합설립 방안’을 찾으면서 극적으로 해결됐다. 남산타운의 기존 분양단지 3116가구는 리모델링을 통해 3583가구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한편 양천구 목동 한신청구아파트 리모델링 추진위원회도 지난 18일 조합설립총회를 개최하고 동의율 70.6%를 확보하며 양천구청에 조합설립인가를 접수했다. 1997년 준공된 한신청구는 총 1512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지하철 9호선 신목동역 바로 앞에 자리한다. 안양천도 가까워 자연 환경도 우수한 편이다. 현재 한신청구 리모델링은 226가구를 더해 1738가구의 단지를 지을 계획이다.

목동에서는 한신청구 이외에도 신시가지 1~14단지에 속하지 않은 아파트 단지들이 리모델링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목동우성, 목동2차우성 등이다.

목동우성은 기존 332가구의 단지를 361가구로 새롭게 지을 계획이고, 우성2차는 기존 1140가구에서 1300가구 규모로 탈바꿈한다. 목동 신시가지 1~14단지 이외의 아파트 단지들은 재건축을 선택하면 인접한 1~14단지 사업이 먼저 완료된 뒤에야 순서가 돌아올 것이라는 인식에 리모델링으로 가닥을 잡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진다.

강남권에서도 잠원동아 아파트가 최근 991가구의 기존 단지를 1073가구로 리모델링하는 사업에 대한 서울시 환경영향평가 공람에 들어간 바 있다.

리모델링은 재건축에 비해 일반분양 가구를 추가하기 어려워 사업성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크다. 하지만 아파트 가격이 올라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상황이 되자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들이 속도를 내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현재 공사비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리모델링으로 인한 분담금이 조합원들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송파구 가락쌍용1차는 2064가구에서 2348가구로 짓는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 중이다. 가락쌍용1차 조합은 지난 7월 기준 기존 전용 59㎡ 주택을 74㎡로 짓는 경우 약 3억1300만원, 전용 84㎡를 104㎡로 리모델링할 경우 약 4억300만원의 분담금이 발생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최근 중동발 공사자재 수급 문제를 고려하면 올해 분담금이 크게 증가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박일규 법무법인 조운 대표변호사는 “리모델링은 빠른 사업 진행 속도가 장점이지만 일반분양 물량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며 “그럼에도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들이 많은 것은 구축 아파트가 슬럼화하는 것을 막는 가격 방어 차원의 선택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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