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암참 금융서비스위 간담회 테더 “미 국채 유동성 핵심 공급처” 밴더빌트대 교수 “시스템 리스크 우려”
가상자산 시장의 ‘킬러 앱’으로 자리 잡은 스테이블코인이 올해 3000억달러 규모로 급성장하며 미국 국채 시장의 핵심 매수자로 떠올랐다.
이를 두고 달러 패권 강화와 유동성 공급이라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대규모 ‘뱅크런’ 발생 시 미 국채 시장 나아가 글로벌 금융 시스템 전체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나왔다.
26일 오전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 금융서비스 위원회는 서울 종로구 센트로폴리스 법무법인 태평양(BKL) 사무실에서 ‘스테이블코인과 금융 시장의 미래’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제임스 리 에퀴티스퍼스트 홀딩스 코리아 대표, 예샤 야다브 밴더빌트 로스쿨 교수, 안드레스 김 테더 기관담당 책임자 등 한미 금융·법률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 학계 “스테이블코인 의존도 심화…미 국채 시장 취약성 키울 수도”
첫 발제자로 나선 예샤 야다브 교수는 스테이블코인과 미 국채 시장의 상호 의존성에 강한 우려를 표했다.
야다브 교수는 “스테이블코인은 빠르고 저렴한 결제망을 무기로 12개월간 거래액만 69조 5000억달러에 달할 정도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며 “이들의 가치 유지를 위해 테더(USDT) 등 발행사들이 미 국채를 대거 매입하면서 캐나다나 멕시코를 제치고 최대 매수자로 부상했다”고 분석했다.
야다브 교수는 “최근 미 국채 시장의 유동성이 지속적으로 저하되는 상황에서 민간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라는 단일 주체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거시경제 불안이나 부채한도 협상 등으로 미 국채의 무위험 자산 지위가 흔들려 대규모 스테이블코인 환매(뱅크런) 요구가 몰릴 경우, 연쇄적인 유동성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다.
반면, 달러 패권 유지와 미 국채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원천으로서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중요성도 함께 강조됐다.
야다브 교수는 “스테이블코인은 전 세계 신흥국 자본을 흡수해 미 국채 시장에 안정적인 유동성을 공급하는 구원투수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존 은행 시스템의 사각지대에 있는 글로벌 사용자들에게 달러 기반의 저축 및 송금 수단을 제공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미 달러의 패권’을 공고히 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 韓 ‘디지털자산 기본법’ 2단계 입법…은행 주도 발행 허용되나
한국의 가상자산 규제 입법 진행 상황도 비중 있게 다뤄졌다. 금융감독원 가상자산감독국 출신인 법무법인 태평양의 김효봉 변호사는 “현재 한국 국회에는 5개의 디지털자산 기본법, 3개의 스테이블코인 법안 등이 병합 심사 중”이라고 현황을 전했다.
특히 김 변호사는 “최근 당국과 국회 논의의 핵심은 ‘은행 주도(50%+1주) 스테이블코인 발행 컨소시엄’ 허용 여부”라며 “은행이 지배주주로 참여하는 법인에 한해 자격을 부여하고, 최소 자본금을 50억원에서 250억원 수준으로 차등 규정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밝혀 전통 금융권 참석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아울러 해킹 사고 발생 시 이용자 피해보상 책임을 금융사 수준으로 강화하는 방안도 포함될 전망이다.
간담회 좌장을 맡은 크리스 김 법무법인 태평양 외국변호사는 “디지털 화폐의 성장과 기존 규제 체계 간의 융합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며 “한국이 준비 중인 포괄적인 디지털자산 규제 프레임워크가 향후 글로벌 표준을 정립하는 데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초단기 국채 위주로 뱅크런 방어” 테더의 반박
업계 대표로 나선 안드레스 김 테더 기관담당 책임자는 학계의 시스템 리스크 우려를 적극 반박하며 스테이블코인의 순기능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은 기존 은행 시스템의 사각지대에 있는 전 세계 신흥국 사용자들에게 달러 기반의 저축 및 송금 수단을 제공하고 있다”며 “이는 신흥국 자본을 흡수해 미 국채 시장에 안정적인 유동성을 공급하는 ‘구원투수’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야다브 교수가 지적한 대규모 환매(뱅크런) 리스크에 대해서도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지속적인 투명성 강화를 통해 갑작스러운 대규모 환매 요구 등 극단적인 유동성 위기 시나리오에도 언제든 현금 상환이 가능하도록 충분히 대비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야다브 교수는 테더 측의 ‘달러 패권 기여’ 주장에 대해 “스테이블코인이 미 국채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한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이것이 시장을 더욱 건강하게 만드는지는 의문”이라며 “오히려 민간 발행사라는 단일 주체에 대한 의존도를 높여 시장의 취약성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미국 정치권의 부채한도 협상 부결이나 극단적인 거시경제 쇼크가 발생할 경우, 미 국채가 더는 ‘무위험 자산’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며 민간 발행사가 감당할 수 없는 시스템 리스크에 대해 거듭 경고했다.
이에 대해 김 책임자는 “테더의 준비금은 만기가 매우 짧은(초단기) 미 국채와 현금성 자산으로 구성되어 있어 유동성 위기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며 준비금 관리의 투명성을 강조했다
토론에서는 테더와 같은 글로벌 거대 발행사에 대한 실질적인 규제 실효성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었다. 규제 공백을 틈탄 ‘규제 쇼핑’ 문제와 국가 간 공조의 중요성이 강조되었다.
김효봉 변호사는 “한국 금융당국은 스테이블코인의 혁신성을 인정하면서도 제도권 은행의 엄격한 자본 및 유동성 규제를 통해 리스크를 관리하고자 한다”며 “현재 논의 중인 은행 주도 스테이블코인 컨소시엄은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은행의 지배력을 유지하면서 스테이블코인의 장점인 속도와 효율성을 어떻게 결합할지가 과제로 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