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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 토큰은 편의점, 해외 송금은 스테이블코인? 둘 차이가 뭐야? [엠블록레터]

김용영 엠블록컴퍼니 기자(yykim@m-block.io)기사입력 2026.03.25 20:31:05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규제가 지연되면서 관심이 낮아진 와중에 국내에서 두가지 큰 일이 발생했습니다. 먼저 한국은행이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CBDC)인 프로젝트 한강의 2단계 진행을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국제결제은행(BIS)에서 국가별 CBDC 활용 방안을 모색해왔던 프로젝트 아고라를 지휘한 신현송 국장이 차기 한국은행 총재 후보로 임명된 것입니다.

이 두 사건은 스테이블코인에 밀려있던 CBDC, 그리고 예금 토큰을 다시 전면에 등장시키고 있습니다. 예금 토큰과 스테이블코인은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누가 발행하고, 무엇이 가치를 보증하며, 어디까지 쓸 수 있는지 등 기술을 제외한 나머지에서는 매우 큰 차이를 보입니다. 그러나 이 둘 중 어느 쪽이 주류가 되느냐에 따라 우리가 돈을 쓰고 보내는 방식이 상당히 큰 변화를 겪을 것은 분명합니다. 오늘은 예금 토큰과 스테이블코인을 살펴보고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예금 토큰 : 은행 예금의 디지털 전환
스테이블코인 : 민간이 만든 디지털 화폐


예금 토큰은 쉽게 말해 은행에 맡긴 내 돈을 ‘디지털 동전’처럼 쓸 수 있게 만든 것입니다. 지금도 은행 앱으로 결제할 수 있지 않냐고 물어볼 수 있지만 현재의 계좌이체나 카드 결제는 그 뒷단에 은행, 카드사, 결제 대행 업체(VAN) 등 여러 중개 기관을 거치면서 수수료가 붙고 정산에 시간이 걸립니다. 예금 토큰은 이 과정을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분산 장부에서 디지털로 처리하죠. 중간 단계가 줄어드니 수수료가 낮아지고 거래 기록이 즉시 공유되니 정산이 빨라집니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네이버페이나 카카오페이를 생각하면 됩니다. 각 페이 앱에 포인트를 충전하는 것처럼 은행 앱에서 내 예금 일부를 예금 토큰으로 전환하면 연동된 전자 지갑에 포인트 또는 금액의 형태로 충전됩니다. 이 금액으로 매장에서 결제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송금할 수 있는 것입니다.

반면 스테이블코인은 민간 기업이 국채·현금 등을 담보로 법정 화폐와 1:1 가치를 약속하고 발행하는 디지털 자산입니다. 은행이 아닌 민간 기업에 의해 발행되기 때문에 가치는 약속은 되지만 보장은 되지 않는 구조입니다. 그리고 이더리움 등 개방형 블록체인 메인넷 상에서 운용돼 예금 토큰에 있는 발행 주체의 제약이 덜합니다. 현재는 주로 암호화폐 거래소 내의 교환 수단으로 쓰이지만 다른 결제 수단으로 외형을 넓혀가고 있죠. 국내에서도 이같은 형태의 원화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는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논의가 진행중입니다.

 

같은 문제를 풀려고 하지만 신뢰 주체가 다르다

발행 주체와 구조는 다르지만 예금 토큰과 스테이블코인은 금융의 디지털화를 추구하는 만큼 많은 부분이 유사합니다. 둘 다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하며 분산 원장 상에서 작동합니다. 기존 계좌이체나 카드 결제처럼 은행 영업시간이나 중개 기관의 처리 속도에 묶이지 않고 네트워크가 열려 있는 한 언제든 거래할 수 있습니다.

가치의 안정성을 추구하기 때문에 예금 토큰과 스테이블코인 모두 법정화폐와 일대일 가치를 보장하거나 약속합니다. 따라서 실제 물건을 거래하는 데 결제 수단으로 쓰일 수 있죠.

여기에 디지털화에 따른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것도 공통점입니다. 예금 토큰, 스테이블코인에 조건을 심어두면 특정 시점에 자동으로 결제가 실행되거나 정해진 용도 외에는 사용이 차단되도록 할 수 있습니다.

이를 활용해 예금 토큰은 국고 보조금 조건부 집행에, 스테이블코인은 탈중앙화 금융 자동 대출·이자 지급 등에 사용됩니다.

마지막으로 예금 토큰과 스테이블코인 모두 기존 결제 시스템의 비효율을 개선할 수 있습니다. 카드 결제 수수료, 정산 소요 시간을 낮추고 해외 송금 수수료를 아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핵심 차이는 신뢰 구조입니다. 신뢰를 통제를 통해 부여하느냐, 약속을 통해 구축하느냐의 차이로도 볼 수 있습니다. 예금 토큰은 은행 예금이 담보이므로 예금보험과 은행 규제라는 제도적 안전망을 통해 신뢰를 부여받습니다. 그러나 통제에 따른 허가형 블록체인 메인넷에서 구동되기 때문에 개방성에 따른 글로벌 호환성이 제한적입니다.

스테이블코인은 발행사가 임의로 설정한 준비자산, 그리고 이 준비자산에 대한 일대일 교환이라는 약속을 통해 신뢰가 구축되기 때문에 급속도로 변하는 시장 상황에 따라 가치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지난 2023년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때 USDC가 0.88달러까지 하락한 것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개방형 블록체인 메인넷을 쓰기 때문에 글로벌 활용도가 비교할 수 없게 높고 탈중앙화 금융 등에서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둘 중 하나가 디지털 금융의 주류가 되면 어떤 양상이 펼쳐질까요. 예금 토큰이 주류가 되면 사실 현재와 유사한 안정된 양상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그리고 지역 화폐와 유사한 형태니까요. 반면 스테이블코인이 주류가 되면 안정보다는 변화에 무게가 실립니다. 글로벌 송금도 지금보다는 자유롭고 다양한 형태의 금융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지만 지금처럼 믿고 돈을 보내거나 금융 서비스를 사용하기는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이미 우리는 머지포인트나 티몬, 위메프 미정산 등 신뢰의 미비로 야기된 대규모 사태를 겪어본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어느 하나가 옳다는 판단 하에 다른 하나의 가능성을 억누르진 말아야 한다는 것이겠죠. 현재 미국은 스테이블코인에 무게를 싣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은행 주도의 CBDC도 폭넓게 시도될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습니다. 상황은 다르지만 하나의 성공을 위해 하나의 희생이 필요하다는, 기울어진 운동장과 같은 주관이 개입되지 않길 기대합니다. 그래야만 전세계적인 기술 흐름인 디지털 금융에 부합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