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임영신 기자(yeungim@mk.co.kr)기사입력 2025.09.03 05:55:04
서울 강남 재건축 대장주인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최고 49층, 약 6000가구의 미니 신도시급 단지로 조성된다. 개포동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6702가구)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단지가 될 전망이다.
서울시는 지난 1일 열린 제9차 도시계획위원회 신속통합기획 정비사업 등 수권분과위원회에서 은마아파트 재건축 정비계획 변경안을 수정 가결했다고 2일 밝혔다.
변경안에 따르면 은마아파트는 지상 49층 높이의 5893가구로 재건축된다. 대치동 학원가 쪽과 학여울역 인근 두 곳에 지역 주민을 위한 공원이 들어선다. 대치동 학원가의 교통난을 해소하기 위해 학원가 쪽 공원 지하에 400대 규모의 공영 주차장이 조성될 예정이다. 학원생들을 위한 개방형 도서관도 설치된다. 또한 대치역 일대 침수를 방지하기 위해 4만㎥ 규모의 저류조가 설치될 예정이다.
단지 중앙에 남북 방향으로 폭 20m의 공공보행통로가 조성된다. 이 보행통로는 미도아파트의 공공보행통로와 양재천을 가로지르는 입체보행교와 연계되면서 대치와 개포의 생활권을 연결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1979년에 지어진 은마아파트는 현재 14층 28개동 4424가구로 이뤄졌다. 1996년부터 재건축을 추진했지만 각종 규제와 주민 갈등 등으로 재건축이 장기 표류했다. ‘대한민국 교육 1번지’ 대치동에서 최고 입지를 자랑하지만 재건축을 둘러싸고 ‘시끄러운 단지’로도 유명세를 탔다. 가장 큰 걸림돌은 사업성을 좌우하는 층수 규제였다. 2015년 주민들이 50층으로 정비계획안을 제안했지만 당시 35층 규제에 막혀 2023년 최고 35층으로 결정됐다. 지지부진하던 사업은 서울시가 35층 높이 제한을 전면 폐지하고,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 패스트트랙을 타면서 급물살을 타게 됐다.
서울 정비사업 최초로 공공분양주택도 공급한다. 역세권 용적률 특례를 적용해 공공분양주택(182가구)과 공공임대주택(231가구)을 추가 공급한다. 서울시는 전문가 간담회 등을 통해 신혼부부와 다자녀 가구에 대한 특별공급 등 세부 공급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조합 측은 연말까지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 통합 심의를 거쳐 내년 상반기까지 사업 시행 인가를 받겠다는 계획이다. 은마아파트는 현재 30평대(전용 76·84㎡) 중형으로 구성됐지만 재건축을 거쳐 40평대 이상의 중대형 단지로 거듭날 가능성이 높다. 조합 측이 조합원을 대상으로 선호하는 평형을 설문조사한 결과, 중대형 평형 선호가 두드러졌다.
조합 관계자는 “손바뀜이 늘면서 경제적 여유가 있는 고소득 전문직 조합원이 많이 유입됐다”며 “주변에 중대형 단지도 많다 보니 강남 상류 주거지로서의 위상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조합 측은 펜트하우스도 선보일 예정이다.
은마 상가와도 협업이 잘 이뤄지면서 상가 규모도 두 배로 키울 계획이다. 정비업계에선 중대형 평형이 늘어나고 상가 소유주들도 아파트를 분양 받을 경우 일반분양 물량은 현재 예상되는 300~400여 가구에서 더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재건축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아파트 가격은 고공행진하고 있다. 은마 전용면적 84㎡는 지난 7월 15일 42억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올해 초 30억원대에서 반년 만에 10억원 넘게 오른 셈이다. 지난 6월 전용면적 76㎡도 연초보다 9억원 뛴 36억원에 거래됐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대치동 교육 중심지라는 압도적인 입지적 강점과 양재천 조망권을 갖추고 있어 강남 부촌을 상징하는 랜드마크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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