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7 대책후 7월 주택 매수 대출 의존도 큰 30대는 감소 여유층 5060세대는 증가세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최대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는 강력한 6·27 대출 규제에도 서울 강남권에선 600대1을 훌쩍 넘는 청약 경쟁률이 나오고 있다. 10억원가량 시세 차익이 예상되는 ‘로또 청약’에 현금 부자들이 대거 몰린 것이다. 규제 직후 자산이 상대적으로 많은 50·60대 중장년층의 서울 아파트 매수 비중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전날 서울 송파구 잠실 르엘 110가구에 대한 1순위 청약을 진행한 결과 6만9476명이 몰린 것으로 집계됐다. 평균 경쟁률이 631.6대1에 달한 것이다. 타입별로 보면 59㎡B 49가구 공급에 3만2755명이 청약통장을 던지며 761.7대1의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어 전용면적 74㎡B(691.2대1), 전용 74㎡C(596.9대1) 순이었다.
잠실 미성·크로바 아파트를 재건축해 조성하는 이 단지는 지난달 29일 진행된 특별공급에서도 평균 경쟁률 346.2대1을 기록했다. 106가구 모집에 3만6695명이 신청한 것이다. 특별공급과 일반공급을 합치면 청약 신청자가 10만6171명이나 몰린 셈이기도 하다.
지하철 2·8호선 잠실역 역세권 입지인 데다 분양가가 인근 시세보다 10억원가량 저렴해 현금 부자들의 청약 열기가 뜨거웠던 것으로 보인다. 전용 74㎡ 분양가가 18억원대 중반으로 책정됐는데 대출을 6억원밖에 받을 수 없으니 현금 12억원 이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내년 1월 입주라 잔금 납부 기간도 빠듯해 현금 여력이 없으면 집주인이 되기 힘든 상황이다.
강남구 도곡 아테라도 지난달 29일 10가구 모집에 1454명이 접수하며 평균 145.4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도곡 아테라는 전용 76㎡가 20억3000만원 수준이다. 현금이 14억원 이상 필요한데도 청약 경쟁률이 높았던 건 강남 8학군 중심에 위치한 입지 때문으로 풀이된다.
청년층보다는 상대적으로 자산이 쌓여 있는 중장년층의 7월 서울 아파트 매수 비중이 오른 것도 주목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서울 아파트 매수 비중은 40대가 31.8%로 가장 높았다. 규제 전인 6월에는 30대 매수 비중이 가장 높았지만 7월 들어선 2위로 밀렸다. 같은 기간 50대의 서울 아파트 매수 비중은 16.5%에서 16.9%로, 60대 매수 비중은 8.5%에서 10.3%로 오르기도 했다.
자치구별로 보면 규제 직격탄을 맞은 한강벨트 지역 위주로 50·60대 매수 비중이 한 달 새 늘었다. △강남구 20.8%→26.5% △용산구 27.8%→33.2% △마포구 24.1%→25.6% △광진구 29.6%→32.4% △강동구 26.4%→27.2% △동작구 24.4%→26.8% 등이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소득이 높아도 자산이 적어 대출 의존도가 컸던 30대가 규제의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보인다”며 “7월부터는 전세를 끼고 매매하는 갭투자도 어려워져 청년층이 적은 금액으로 매입하는 수요도 막힌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반면 자산이 받쳐주는 중장년층은 규제 영향을 크게 받지 않고 상급지 갈아타기가 가능한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