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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 임대사업자 버티기 막는다 … 李 '양도세 혜택' 정조준

손동우 기자(aing@mk.co.kr), 홍혜진 기자(hong.hyejin@mk.co.kr), 이유진 기자(youzhen@mk.co.kr)기사입력 2026.02.09 17:41:01

李대통령, 주택처분 연일 압박
등록임대 주택 양도세 면제
'영구적' 보장에 문제 제기
1년 후 폐지 또는 축소 언급
시장에 다주택자 매물 유도
한성숙·송미령 등 장관들도
실거주 1채 빼고 처분 확산




이재명 대통령이 민간이 기존 주택을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등록·운영하는 '매입형 임대사업자 제도'에 대해 연일 개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다주택자 압박에 이어 시장으로 매물을 끌어내기 위한 다음 타깃으로 임대사업자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9일 등록 임대주택에 보유세·양도세 등 막대한 세제 혜택이 집중돼 있다는 점을 문제로 삼았다. 그는 "서울 시내 등록 임대주택 약 30만가구(아파트 약 5만가구)는 취득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감면과 함께 영구적인 다주택 양도세 중과 제외라는 특혜를 받고 있다"며 "의무 임대에 대한 보상은 임대 기간의 취득·보유·재산세 감면과 임대 종료 후 일정 기간의 양도세 중과 제외로 충분하지 않으냐"고 지적했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임대사업자가 임대의무기간을 채운 뒤 등록이 자동 말소되면 양도세 중과 배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임대의무기간의 절반 이상을 채운 후 자진 말소한 경우에도 말소 후 1년 이내에 매각하면 중과세를 적용받지 않는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이 같은 '영구적 또는 장기적 세제 퇴로'를 손볼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규정은 2018년 9월 14일 이전에 등록한 임대사업자에게만 적용된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정부가 다주택자 압박만으로는 매물이 충분히 나오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등록 임대만 유지하면 중과를 피할 수 있다'는 인식이 여전히 시장에 남아 있는 만큼 임대사업자 제도 자체를 손보지 않으면 오는 5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가 종료되는 효과도 제한적일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렸다는 것이다.
시점도 맞물린다. 올해 하반기부터 문재인 정부 시절 등록된 매입임대주택의 임대의무기간 종료가 본격화된다. 서울 아파트만 해도 올해 임대의무기간이 끝나는 물량이 2만가구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임대사업자 매물을 계속 시장으로 끌어내겠다는 의도가 읽힌다"며 "1년 유예 후 폐지, 단계적 축소, 아파트에 한정한 적용 등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언급한 점이 이전과 다르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등록 임대주택 제도를 손보는 데는 정밀한 정책 영향 분석이 필수라고 지적한다. 아파트 매입임대가 이미 2020년 폐지돼 신규 등록이 불가능한 만큼 제도 변화의 실제 충격은 빌라·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시장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비아파트 주택은 시세 상승 여력이 크지 않아 실거주용보다 임대용으로 보유되는 경우가 많고, 은퇴자 등이 월세 수익을 목적으로 소유한 사례도 적지 않다.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임대차 계약 갱신이나 재계약 시 임대료를 직전 계약 대비 5% 이내로만 올릴 수 있어 임대사업자 보유 주택은 시세 대비 30~40% 저렴한 경우도 많다.
여기에 전세사기 피해 확산, 원자재 가격 상승과 금리 인상에 따른 건설 경기 악화, 다주택자 규제 강화 이후 민간 임대사업자 감소가 겹치면서 비아파트 임대 공급은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실제 전국 임대사업자 수는 2020년 38만8896명에서 2024년 23만7889명으로 급감했다. 이로 인해 전월세 물량을 공급하던 빌라 임대시장의 위축이 가속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서민층이 주로 이용하는 비아파트 임대 공급이 더 줄어들면 전월세 가격 상승이라는 부작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주거 안정을 위한 규제가 오히려 임대 공급을 위축시키고 무주택 서민의 주거비 부담을 키우는 역설적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장은 "아파트와 비아파트를 구분하지 않은 채 메시지가 나가면 시장 혼란만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 대통령의 다주택자 압박이 이어지면서 공직사회에서도 주택 처분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경기 양평군 단독주택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오피스텔을 매물로 내놓은 데 이어 보유 주택 가운데 가장 '똘똘한' 자산으로 꼽히는 서울 잠실동 아시아선수촌아파트까지 매도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장관이 주택 3채를 처분하면 현재 거주 중인 서울 종로구 삼청동 단독주택만 남게 된다. 현재 고위공직자 2764명 가운데 2주택 이상 보유자는 33%(913명)에 달한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도 상속받은 주택을 매물로 내놨다고 밝혔다. 다주택자 정책의 방향 전환이 관가에도 직접적인 압박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손동우 기자 / 홍혜진 기자 /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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