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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내서 주식 사고 그걸 팔아 집 산다…新 영끌시대

손동우 기자(aing@mk.co.kr), 위지혜 기자(wee.jihae@mk.co.kr), 김제림 기자(jaelim@mk.co.kr)기사입력 2025.12.12 17:35:43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부동산시장은 얼어붙고 증시는 달아오르면서 새로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 풍속도가 나타나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단기 차익을 거둬 서울 인기지역 부동산 매입에 활용하려는 시도가 포착된 것이다. 갭투자 차단과 대출규제로 ‘금융 레버리지’를 활용하기 어려워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올해 1~10월 서울에서 집을 매수한 사람들의 거래액 중 주식·채권을 팔아 마련된 자금 비중이 높은 곳은 용산구(7.08%) 서초구(4.8%) 강남구(4.77%) 송파구(3.71%) 종로구(3.53%) 순이었다. 12일 국회 정무위원회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이 국토교통부의 주택자금조달계획서를 분석한 결과다.

주식·채권 매각 대금으로 부동산 매입 자금을 충당하는 전체 규모도 늘어나고 있다. 올해 6~9월 기준 1조7167억원으로 1년 전보다 2800억원가량(19.5%) 증가했다.
증시에서 일정한 수익을 거둔 사람들이 ‘똘똘한 한 채’로 눈길을 돌리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자금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계층은 주식을 유일한 자산 증식 기회로 보고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27조4100억원으로 석 달 전 22조3800억원에 비해 22.5% 늘어났다.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주식을 매수할 때 증권사와 약정을 맺어 이뤄지는 신용대출을 가리킨다. 주식투자를 할 때 신용대출보다 손쉬운 마이너스 통장을 많이 활용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빚투(빚내서 투자)’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서학개미 사이에서는 개별 종목 주가의 2배 변동률을 따라가 대출을 더 받는 효과를 노리는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인기를 끌고 있다.

주식과 부동산 사이에서 ‘리밸런싱(Rebalancing·재조정)’이 진행되면서 두 자산 간 상관관계도 높아지는 모습이다. 오지윤 명지대 교수 연구에 따르면 2020년부터 서울 아파트 실거래지수는 코스피와 함께 움직이거나 아파트 가격이 주식에 1~2개월 후행하고 있다. 둘 사이 상관계수는 0.74에 달한다. 상관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서로 관계가 밀접하다는 의미다.

김 의원은 “서울에서 인기가 높은 지역일수록 주식·채권시장 이익금이 ‘애셋 파킹’을 위해 주택 매수로 유입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며 “생산적 투자로 자본 흐름을 유도하려면 단순한 규제보다 정교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애셋 파킹이란 자산을 상대적으로 안전한 곳에 보관해 가치 보존을 노리는 재테크 전략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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