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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드라마서 본 그 도시 맞나요"… 노후건물이 97%인 서울 심장부

임영신 기자(yeungim@mk.co.kr), 한창호 기자(han.changho@mk.co.kr)기사입력 2025.12.16 09:33:43

문화재 규제에 정쟁까지 … 과거에 갇힌 도심
낙원·세운·동대문 주변 골목
30년 넘은 건물만 빼곡 슬럼화
불법 구조변경·증축 위험천만
외국인 "관광지 옆 풍경 당혹"
강남·북 격차도 갈수록 벌어져
전문가 "합리적 재개발 나서야"




"다른 데는 다 변했는데, 이 동네만 시간이 멈췄다. 강북은 맨날 '실험'만 하다 이 꼴이 됐다."
지난 주말 서울 종로구 낙원상가. 1968년 도로 위에 17층으로 지어진 낙원상가는 57년이 지난 지금 도심 한복판에 고립된 회색 콘크리트 섬처럼 보였다. 주변 좁은 보행로에는 노후된 상점들이 내놓은 짐수레와 플라스틱 상자, 간이 사다리 등이 무질서하게 놓여 있었고 담배꽁초와 종이컵 등 쓰레기가 곳곳에 나뒹굴었다.

인근 상인은 "낙원상가가 길을 막아 사람들의 동선을 끊고, 주변 도로도 일방통행이라 차가 들어오길 꺼리는데 장사가 되겠느냐"며 답답해했다. 인근 지역에서 만난 영국인 관광객 시아라 씨(25)는 "K드라마에서 본 서울과 너무 달라 놀랐다"고 말했다. 바로 옆 사적 탑골공원에는 '흡연·노상 방뇨·음주·노숙·쓰레기 무단투기 금지'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최근 종묘 앞 재개발 논란이 불거진 세운지구는 낡은 도심의 한 단면에 불과하다. 도심 곳곳에서 노후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오랜 기간 재개발이 지지부진하면서 기업과 인구는 강남 등 개발이 이뤄진 지역으로 이동했고 강북은 외면받으며 더 낡아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서울의 심장부인 사대문 안 일부 구역은 문화재 규제로 개발이 사실상 중단되며 노후도(30년 이상 건축물 비율)가 최고 97%에 달해 도시 기능이 크게 저하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등에 따르면 탑골공원 반경 100m 이내는 일반상업지역이지만 역사문화환경보호구역으로 지정돼 개발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낙원상가를 포함한 이 일대 건축물 중 83.5%는 지어진 지 30년이 넘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불법 구조 변경이나 증개축 건물은 안전 문제가 우려되지만 높이 규제 등으로 재개발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낙원상가는 대지권을 서울시가 보유하고 있지만 건물은 개인 소유인 기형적 구조여서 사업성 확보 자체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종로구청은 2027년까지 탑골공원 내 국보 원각사지십층석탑을 덮고 있는 유리 보호각을 철거해 전시관 형태로 바꿀 계획이다. 하지만 최근 용역에서는 낙원상가를 철거하지 않으면 일대 활성화가 어렵다는 결론이 나왔다.

국보 1호 숭례문 일대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보호구역 노후도는 97.3%에 달한다. 인근 신한은행 본점, 부영빌딩 등 상당수 오피스가 1980년대에 지어졌고, 사이사이에 1960~1970년대 건물도 남아 있다. 남대문광장 상인들은 "화재보험 가입조차 어려울 정도로 오래된 건물"이라고 말했다.

보물 1호 흥인지문 주변 역시 2014년 개관한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 호텔을 제외하면 새 건물을 찾기 어렵다. 지하철 동대문역 6번 출구 인근에는 좁은 골목과 얽힌 전선, '여관' '여인숙' 간판을 단 노후 건물들이 늘어서 있다. 이 일대 건물 중 91.7%가 30년을 넘겼다.
사적인 창경궁 앞 서울대병원은 국내 최고 수준의 의료기관이지만 2018년 문화재 규제로 지상을 활용할 수 없어 지하를 3층까지 파서 진료 시설을 확충했다. 서울대병원 북쪽에 있는 단독주택 밀집 지역의 노후도는 98%에 달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 인근 세운상가의 노후도는 97%다.

도심이 방치된 사이 강남과 격차는 뚜렷하게 벌어지고 있다. 30년 이상 노후화된 오피스 비율은 도심(CBD)이 28.4%로 강남(GBC·18.3%)보다 10.1%포인트 높았다.
사업체 수는 강남구·서초구(17만4809개)가 중구·종로구(11만4179개)보다 53.1% 많았고, 종사자 수 역시 강남구·서초구(126만7902명)가 중구·종로구(68만9653명)보다 83.8% 많았다.

전문가들은 도심 재개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남진 서울시립대 교수는 "도시는 유기체인 만큼 높이 규제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 점·선·면을 입체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자훈 한양대 교수는 "보존구역에서도 건폐율 완화 등으로 민간 수익성을 보완할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영신 기자 / 한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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