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손동우 기자(aing@mk.co.kr), 문지웅 기자(jiwm80@mk.co.kr)기사입력 2025.10.15 20:13:36
조정대상지역 세금 규제
다주택자 양도세율 6~45%에
최대 30%달하는 가산세 내야
내년 5월까지는 일단 유예
"집 팔라는 시그널 준 것" 분석
정부, 보유세 인상도 시사
내년 지방선거후 발표 가능성
정부가 서울 25개 자치구와 과천·분당 등 경기도 12개 지역을 규제지역으로 묶으면서 일부 세금 규제가 문재인 정부 이후 자연스럽게 부활하게 됐다.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 다주택자 관련 양도세와 취득세 부담이 훨씬 올라가기 때문이다.
반면 보유세 강화 등 전체적인 세제 분야에선 '합리화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향성만 발표했다. 정부가 중장기적인 보유세 인상을 위한 논의에 착수하기로 했는데 본격적인 인상 시기는 내년 6월 지방선거 이후로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단계적 세 부담 확대 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먼저 이번 서울과 수도권 규제지역 확대와 관련해 가장 변화가 많은 것은 양도소득세다. 조정대상지역 안에서 주택을 팔면 양도차익에 세금을 더 내야 한다. 양도세 기본세율은 6~45%이지만 2주택자는 20%포인트, 3주택자는 30%포인트를 가산한다. 오랫동안 보유한 집에 대해 양도세를 감면받을 수 있는 '장기보유특별공제'(보유·거주 기간별 최대 30%) 혜택도 없다.
매일경제가 우병탁 신한은행 프리미어패스파인더 전문위원에게 의뢰한 세금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다주택자 양도세가 중과될 경우 세금 부담은 2배 가까이 올랐다.
예를 들어 강남 A아파트를 가진 사람이 5년 전에 분당 시범현대 전용면적 59㎡를 8억원에 매입해 올해 14억원에 팔 경우를 가정하자. 조정대상지역이 아니라면 양도세를 1억8893만원가량 내야 하지만 규제지역이 돼 세금이 중과된다면 3억3690만원까지 세금이 늘어 양도세가 약 1억4797만원(78.3%) 뛴다.
양도차익이 많으면 세금 차이는 더 커진다. 강남 A아파트를 가진 사람이 6년 전에 목동6단지 전용 47㎡를 10억원에 매입해 올해 20억원에 판다면 세금 차이는 약 2억9163만원(3억4442만원→6억3605만원)까지 벌어진다.
1가구가 주택 1채를 보유하다가 처분한 후 양도세를 내지 않기 위해 받는 '비과세 요건'도 강화된다. '2년 보유'에서 '2년 거주'로 바뀐다. 특히 이 거주 요건은 매수 시점에 확정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조정대상지역 지정 당시 주택을 매수했다가 규제 해제 후 집을 팔더라도 이 조건을 충족해야 비과세를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2년 거주 의무는 16일 매수부터 적용된다.
취득세도 2주택자의 경우 비규제지역에서는 최대 1~3%이지만, 조정대상지역에서는 8%의 중과세율을 적용받는다. 3주택자는 12%(비규제지역은 8%)다. 이 규정 역시 16일부터 적용된다. 다만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는 내년 5월까지 유예돼 있다. 전문가들은 이후에는 혜택이 종료될 것으로 예상해 내년 5월까지 다주택자가 보유한 매물 일부가 시장에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우 전문위원은 "정부가 내년 5월까지 가진 매물을 정리하라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이날 발표에서 보유세 관련 분야는 말을 아꼈다. 종합부동산세를 포함한 부동산 세제 개편과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도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대책 자료에 '보유세·거래세 조정'이라는 표현을 쓴 점 등을 미뤄볼 때 세제 강화 카드는 이번 대책에도 불구하고 서울 아파트 값이 잡히지 않을 경우 꺼내들 전망이다. 일단 내년 6월 지방선거 이후에 발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생산적 부문으로 자금흐름 유도, 응능부담 원칙, 국민 수용성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부동산 세제 합리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구 부총리는 "세제 개편의 구체적 방향·시기·순서 등은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 과세 형평 등을 감안해 종합 검토할 계획"이라며 "연구 용역, 관계 부처 태스크포스(TF) 논의 등을 통해 보유세·거래세 조정과 특정 지역 수요 쏠림 완화를 위한 세제 합리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 역시 "부동산 세제는 워낙 민감한 문제라 이번 대책에는 방향성만 담겼다"며 "앞으로 세제실에서 용역 등을 거쳐 합리적인 방안을 만들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단 보유세(종부세·재산세) 개편은 직접적인 세율 인상보다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 등 우회 증세 방식이 거론된다. 일각에서는 특정 지역으로의 수요 쏠림을 완화하기 위해 강남 등 선호 지역에 대한 세제 강화와 비선호 지역에 대한 세제 혜택이 함께 검토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중장기적으로는 보유세 전면 개편 가능성도 제기된다. 구 부총리는 최근 국정감사에서 집을 여러 채 보유하는 것보다 고가의 한 채에 세제 혜택이 더 많은 부분에 문제가 있다는 시각을 드러낸 바 있다. 전문가들은 다만 부동산 세제가 시장에 미칠 파급효과를 고려해 일정 기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만지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관측한다.
[손동우 기자 / 문지웅 기자 / 사진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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