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강남3구 등 49명 세무조사 시세 100억대 아파트 포함 ‘편법 증여·탈루 사업소득’ 악용
과세당국이 서울 강남권 등 고가 아파트의 취득·보유·양도 등 모든 과정에서 외국인 탈세 행위를 꼼꼼히 점검한다.
외국인이 부동산 규제 사각지대에서 시장을 교란한다는 지적이 빗발친데 따른 것이다. 외국은행 등에서 자유롭게 대출해 주택을 사들일 수 있는 외국인에 비해 6·27 대책 발표로 6억원이 넘는 대출을 받을 수 없는 내국인과의 ‘역차별’ 논란도 거세다.
7일 국세청에 따르면 편법증여 이용 취득자 16명과 탈루소득 이용 취득자 20명, 임대소득 탈루 혐의자 13명 등 외국인 49명을 상대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이번 조사 대상자의 약 40%는 한국계 외국인이다. 총 12개 국적이며 미국·중국인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탈루 혐의 금액은 총 2000억∼3000억원에 이른다. 이들이 매입한 230여 가구 중 70%가 서울 강남3구에 집중됐다. 현재 시세로 100억이 넘는 아파트도 다수 포함됐다.
강남 3구·마용성 아파트 집중 매입
최근 외국인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나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 수도권 고가 아파트를 집중적으로 매입하고 있다.
부동산 등기 자료를 보면 외국인은 2022년부터 올해 4월까지 국내에서 총 2만6244가구(거래금액 7조9730억원)의 아파트를 사들였다.
수도권 아파트 취득 비율은 전체 건수의 62%, 금액으로는 81%에 달했다. 특히 서울에서는 강남3구·마용성 비율이 건수로 약 40% 집중됐다.
이번 조사에서는 정상적인 대출 등이 아니라 부모·배우자에게서 편법 증여받은 자금을 활용해 부동산 매입 자금을 마련한 이들이 다수 포착됐다. 이들은 외국인등록번호와 여권번호를 혼용해 과세 감시망을 피했다. 해외계좌는 금융당국이나 과세 관청이 국내 계좌보다 상대적으로 접근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악용했다.
또 자금출처를 숨기기 위해 부동산 취득 시 자금조달계획서, 예금잔고증명 등 의무 제출 서류를 허위로 기재하는 수법으로 취득자금이 본인 소유인 것처럼 위장하기도 했다.
본인이나 특수관계인이 운영하는 국내 사업체에서 탈루한 소득으로 부동산을 사들인 외국인도 대거 덜미가 잡혔다.
이들은 탈루 소득을 외국인 신분을 활용해 해외 페이퍼컴퍼니와 계좌에 은닉했고, 일부는 해외 은닉자금을 다시 국내로 반입하는 과정에서 자금 출처를 숨기기 위해 가상자산이나 불법 환치기를 이용하기도 했다.
ATM에서 입금하는 방식으로 수십억 아파트 현금 구매
외국인 A씨는 전자부품 무역업체를 국내에 설립한 후 아시아 지역 조세회피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세웠다. 그는 국내 법인 자금을 유출하기 위해 페이퍼컴퍼니로부터 물품을 매입한 것처럼 꾸미고 물품 대금을 허위 지급해 법인세를 탈루했다.
이후 조세회피처에 숨긴 자금을 국내로 반입해 단기간에 서울 용산구 최고급 주거지 아파트와 토지 등 수십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취득했다. 아파트는 현재 시세로 100억원을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에서 미등록 사업자로 수입 화장품 판매업을 운영하는 또 다른 외국인 B씨는 지난 5년간 수십억원의 현금 매출 소득을 신고하지 않았고, 배우자로부터 증여받은 수억원도 증여세를 신고하지 않았다.
그는 현금을 집에 보관하고 있다가 서울 강남3구 소재 고가 아파트를 수십억원에 구입하고, 아파트 대금은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입금하는 방식으로 전액 현금 지급했다.
이번 조사 대상 중에는 국내 병원에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는 업체를 운영하면서 수십억원에 이르는 환자 유치 수수료 수입은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일부는 사주 개인 대출 규제를 우회하기 위해 기업 운전자금 명목으로 받은 법인 명의 대출금을 외국인 사주의 아파트 취득 자금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일부 외국인은 고가의 아파트를 취득해 임대료를 받고도 주택임대업을 등록하지 않고 관련 임대소득 신고를 누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외국계 법인의 국내 주재원 등을 대상으로 서울 한남동, 강남 일대의 고가 아파트를 임대해 얻은 수천만∼수억원을 신고하지 않았다. 임차인이 전입신고를 하지 않거나 소득·계좌 정보가 불명확해 감시에 소홀할 수 있는 점을 노렸다.
국세청 관계자는 “취득자금 출처가 국외로 의심되거나 자금세탁 등 혐의가 있는 경우 해당 외국 국세청에 정보 교환을 요청해 자금 출처를 끝까지 추적해 과세하겠다”며 “자국에서 탈세 혐의가 확인되면 해당 과세당국에서 세무조사 등 조치가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