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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흉물' 부도아파트 … 공매 시장서도 외면당해

이희수 기자(lee.heesoo@mk.co.kr)기사입력 2025.05.20 20:41:24

20차례 이상 유찰 빈번
최초 공매가서 반토막 나면
원래 가격으로 다시 복귀
황당한 규정에 매각 지연




시공사가 자금난에 빠져 공사가 멈추는 탓에 미완성 아파트로 남은 이른바 '보증사고' 사업장이 공매 시장에서 철저하게 외면받고 있다. 수년째 팔리지 않는 사업장 중엔 이미 수십 번 유찰됐음에도 똑같은 공매가격으로 반복적으로 나오는 곳도 있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20일 공매플랫폼 온비드에 따르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이달 진행한 보증사고 사업장 11곳에 대한 공매가 모두 유찰됐다. 현행법상 시공사는 30가구 이상 아파트를 지을 땐 반드시 HUG의 분양·임대보증에 가입해야 한다. 시공사가 아파트를 짓다 망하면 HUG가 수분양자에게 분양 대금을 돌려주고 사고 사업장을 공매에 넘기곤 한다.
HUG가 이번에 공매를 진행한 사업장 중엔 미완성 건축물인 제주 조천읍 레이크샤이어도 있다. 2020년 보증사고가 터졌지만 공매가 27차례나 유찰된 곳이다. 되풀이되는 공매가격이 거듭된 유찰의 배경이다.
레이크샤이어는 지난달에도 주인을 찾지 못하며 공매가격이 57억8497만원으로 반 토막 났다. 하지만 이달 공매가는 다시 최초 수준인 115억6995만원으로 원상 복구돼 나왔다. HUG 내부 규정이 공매가가 절반 이하로 떨어지면 재공매 땐 최초 공매가격으로 다시 진행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HUG 측은 "지나친 저가 매각을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레이크샤이어는 물론 대구 도심 흉물로 꼽히는 복현동 골든프라자(복현SKY), 전북 익산 라포엠 아파트 등이 수년째 끝없이 유찰되는 굴레에 빠져 있다. 복현동 골든프라자는 최초 공매가(276억원)의 54%인 150억원에 공매를 진행하고 있지만 매수 희망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한국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며 아델리움 브랜드로 공사되던 단지가 대거 공매 시장에 나오기도 했다. 당초 임대주택으로 지어질 예정이던 해당 단지들 역시 거듭 유찰되는 상황이다. 광주 신안동 한국아델리움(유찰 19회), 수기동 한국아델리움(26회), 궁동 한국아델리움(26회) 등이다.
그나마 선순위 채권이 있는 사업장은 매각가가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게 가능하도록 HUG가 최근 내규를 변경했다. 지난해 보증사고가 난 전북 익산시 중앙동 민간 임대아파트 유은센텀시티가 혜택을 봤다. 우리은행이 선순위채권을 갖고 있는 곳이다. 유은센텀시티는 최초 공매가 약 242억원에 나왔지만 현재 공매가는 약 43%인 104억원으로 떨어진 상태다.
지방 부동산 경기 침체로 중견·중소 건설사가 줄줄이 무너지고 있어 공매에 넘어갈 사업장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 들어 벽산엔지니어링을 비롯해 신동아건설, 삼부토건, 대저건설, 삼정기업, 안강건설 등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바 있다. 분양보증 사고사업장은 2021~2022년엔 한 곳도 없었지만 2023년 16곳, 2024년 17곳으로 증가하기도 했다.
국내 건설경기 침체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심각하다는 분석까지 최근 나왔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이 지난 15일 발간한 보고서가 출처다. 건산연에 따르면 건설경기 선행지표인 건설수주(경상)는 2023년 전년 대비 16.6% 감소했다. 이는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감소폭인 -6.1%보다 훨씬 큰 수치다. 건축 착공면적 역시 2008년에는 전년 대비 22.2% 감소했지만 2023년엔 -31.7%로 줄었다. 건산연은 "건설경기 침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더 구조적이고 회복 여건이 제한적"이라고 우려했다.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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