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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입주제한 통보까지···점입가경 공사비 갈등

김유신 기자(trust@mk.co.kr), 위지혜 기자(wee.jihae@mk.co.kr)기사입력 2025.02.04 00:26:04

5월 입주 철산주공8·9단지
시공사측 “1000억 더달라”
조합은 난색 해결책 미궁

최근 환율급등 여파겹치자
의왕·인천 등 정비사업도
참여업체 없어 줄줄이 유찰


경기도 광명시 철산동 철산주공8·9단지 재건축(철산자이 더 헤리티지)이 조합과 시공사 간 공사비 갈등으로 입주 지연 위기에 처했다. 이 단지 입주 예정일은 오는 5월인데 조합원들은 입주를 약 4개월 앞두고 이사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됐다. 최근 들어 공사비 상승세는 다소 주춤해졌지만, 미국발 관세 전쟁이 점화되며 자잿값 상승은 언제든 재점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지방 정비사업장과 소규모 정비사업장은 건설사들이 높아진 공사비에 부담을 느끼며 입찰에 나서지 않아 사업의 첫 발을 떼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은 지난달 철산주공 8·9단지 재건축정비사업 조합에 ‘공사비 계약금액조정 협의 촉구 및 조합원 입주 제한 안내’ 공문을 발송했다. 이 건설사는 “2025년 5월 예정된 입주 일정을 준수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 하고 있다”면서도 “입주 시까지 계약금액조정 청구에 대한 합의가 완료되지 않을 경우, 조합원의 입주 제한이 불가피함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GS건설이 철산주공 8·9단지 재건축조합에 요청한 공사비 인상 금액은 1000억원 가량이다. GS건설은 추가 공사비가 조합의 요청과 설계변경에 따라 발생한 비용이라는 입장이다. GS건설은 “착공 후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전쟁 등 예기치 못한 대외환경변화로 현실적인 해결책이 필요해 설계 변경을 포함한 추가 공사비를 요청했다”며 “지난 2024년 7월부터 조합과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어 광명시 공사비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협상을 진행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이 단기간에 봉합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철산주공 8·9단지 재건축조합장은 최근 조합 홈페이지에 “여타 지역에서 다른 건설사가 실시한 ‘입주키 미분출’ 등 상황이 현실이 될 수 있음을 알고 대응해야 한다”며 “조합이 요청한 항목은 최소한으로 인정하면서, 물가 인상분과 확장비 등 (인상이) 불가능한 부분은 강하게 삭감하는 내부 결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단지가 협상에 난항을 겪는 이유로 ‘분양가 상한제’ 적용이 꼽힌다. ‘철산자이 더 헤리티지’는 2022년 12월 분양에 나섰는데, 당시는 서울 전역과 수도권 주요 지역이 규제 지역으로 지정되며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았다. 이에 일반 분양을 통한 수입이 제한돼 공사비 인상이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최근 들어 건설공사비지수 상승세가 주춤해지며 글로벌 인플레이션 여파는 어느 정도 일단락된 분위기다. 하지만 달러당 원화값이 급락하며 수입물가 인상을 자극해 공사비 상승에 다시 불을 지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용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원화값 하락(환율 상승)에 따른 건설 부문 생산비용 영향을 의뢰한 결과, 달러당 원화값이 1500원까지 내려가면 건설 부문 생산비용은 2023년 대비 3.34%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달러당 원화값이 1450원대에 머무르면 건설 부문 생산비용은 2023년 대비 2.479% 오른다. 이날도 원화값은 오전 한 때 1470원 아래로 내려갔다. 이와 함께 미국발 ‘관세 전쟁’이 점화하며 물가 상승에 따른 공사비 인상 우려도 커지고 있다.
새해에도 공사비가 정비사업 주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지며 건설사들의 선별적인 수주 움직임이 포착된다. 건설사들이 수익성을 중심으로 보수적 수주 기조를 보이며 입찰 공고를 내도 유찰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경기도 의왕시 상동 한양 다세대 및 주변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시공사 선정 입찰공고를 냈지만 현장설명회 참여 업체 부족으로 유찰됐다. 인천 남동구 성신아파트 3차 소규모재건축정비사업조합도 참가 업체 부족으로 시공사 입찰이 유찰됐다. 부산에서는 지난 두 달간 3곳의 조합이 시공사 선정에 나섰으나 참여업체 부족으로 유찰됐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공사비 부담이 커지면서 사업성이 확실한 정비사업에만 참여하는 건설사들이 대부분”이라며 “지방에서는 미분양 이슈도 있기 때문에 더 까다롭게 수주전에 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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