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임영신 기자(yeungim@mk.co.kr), 박재영 기자(jyp8909@mk.co.kr)기사입력 2026.10.20 17:44:28
실거주 유도 정책 '역풍'… 치솟는 월세에 서민 한숨
200만원 넘는 월세 신규 계약
작년 같은 기간보다 39% 늘어
토허제 규제탓 전세 급감 영향
용인 월세 150만원 → 240만원
남양주·광명 등도 무섭게 올라
서울선 월세 비중 첫 50% 돌파

경기 용인시 수지구 성복동 '성복역롯데캐슬클라시엘' 전용면적 84㎡(3층)는 지난 7월 보증금 3억원, 월세 240만원에 계약됐다. 지난해 7월 같은 면적·층·보증금 조건의 월세는 150만원이었다. 성남시 분당구 '장미마을 동부' 전용 84㎡(6층)도 보증금 1억원에 지난해 3월 월세 160만원에서 올해 7월 250만원으로 뛰었다.
올해 들어 경기도에서도 월 200만원이 넘는 고가 임대차 계약이 잇따르고 있다. 신규 주택 공급이 더딘 데다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에 따른 실거주 의무로 전월세 매물이 줄어든 상황에서 서울 임차 수요까지 유입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국무회의에서 주택 인허가 감소와 신도시 공급 지연을 지적하며 '주택 공급 전격전'을 주문한 것도 수도권 주택시장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매일경제신문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신고된 경기 아파트 전월세 거래를 분석한 결과 올해 1~8월 월세 200만원 이상 신규 계약은 3286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2369건)보다 38.7% 늘었다. 반면 경기 아파트 전체 신규 월세 계약은 6만9845건에서 6만6739건으로 4.4% 감소했다.
월세가 비쌀수록 계약 증가폭도 컸다. 월세 100만~199만원 계약은 2만1419건에서 2만2747건으로 6.2% 늘었지만, 200만~299만원은 2048건에서 2769건으로 35.2%, 300만원 이상은 321건에서 517건으로 61.1% 급증했다. 전용 60~85㎡ 미만 중소형에서도 월세 300만원 이상 계약이 65건에서 144건으로 두 배 넘게 늘었다.
경기에서 월세 200만원 이상 계약은 성남 분당구가 515건으로 가장 많았다. 용인 수지구(346건), 하남시(319건), 남양주시(230건), 화성시(229건), 수원 영통구(222건)가 뒤를 이었다. 특히 동탄신도시가 있는 화성시는 지난해 74건에서 올해 229건으로 3배 넘게 늘었다.

경기 월세 상승세의 주요 원인으로는 전월세 매물 감소가 꼽힌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경기 아파트 전세 매물은 1만2813건으로 1년 전보다 38.3%, 월세 매물은 8136건으로 45.5% 줄었다. 2023년 같은 날과 비교하면 전월세 매물이 5만4365건에서 2만949건으로 61.5% 급감했다.
매물 감소에는 실거주를 유도하는 토허제 등 정부 규제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지난해 10·15 대책으로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토허구역으로 묶었고, 지난 7월에는 화성 동탄구와 용인 기흥구, 구리시를 추가했다. 동탄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토허제로 지정되면 전월세 가격이 오른다는 인식이 공식처럼 자리 잡았다"며 "서울 임차 수요까지 넘어오면서 월세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보유세 등 비용 부담도 집주인의 월세 선호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집주인들이 세 부담을 월세에 전가하거나 전세를 반전세·월세로 돌려 현금 흐름을 확보하려 하기 때문이다. 세 부담을 피하려 직접 입주하면 임대차 공급 자체가 사라진다. 매물이 부족한 상황에서 신고가 월세 계약이 다시 주변 호가를 끌어올리는 악순환도 나타나고 있다.
실제 경기 아파트 월세 상승세는 매매·전세보다 가파르다. KB부동산 월간가격지수를 보면 올해 1월을 100으로 봤을 때 9월 경기 아파트 월세지수는 106.79로, 전세(105.67)와 매매(105.49)를 웃돌았다.
서울에서도 전세 거래가 급감하면서 월세가 임대차 시장의 절반을 넘어섰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9월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 17만2027건 중 월세는 8만7740건으로 51.0%를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43.7%)보다 7.3%포인트 높아졌다. 월세 거래는 2.8% 감소했지만 전세 거래가 27.5% 급감한 결과다. 서울 아파트 월세 비중이 50%를 넘어선 것은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11년 이후 처음이다.
전월세 시장 불안은 매매 시장에도 부담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매매가격 상승률은 경기(0.26%)가 서울(0.16%)보다 높았다. 성남 분당구(0.79%), 수원 영통구(0.69%), 화성 동탄구(0.66%) 등 경기 남부 지역의 상승세가 가파르다. 전월세 부담에 따른 '생존 매수'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의 성과급까지 풀리면 시장 불안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신규 주택 공급도 중요하지만 기존 주택이 시장에서 원활하게 유통되도록 해야 한다"며 "동탄처럼 같은 지역 안에서도 집값 상승폭에 차이가 있는 만큼 동 단위로 토허제 규제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영신 기자 /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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