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안정훈 기자(esoterica@mk.co.kr), 공준호 기자(kong.junho@mk.co.kr)기사입력 2026.03.30 06:04:46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고정금리가 7%를 넘어서면서 과거 저금리 시기 돈을 빌린 취약차주와 ‘영끌족’의 부실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양적완화 정책으로 낮은 금리에 대출을 받았던 차주들이 올해부터 대거 금리 재산정 시기를 맞기 때문이다. 이들의 월 이자 부담이 올해부터 수십만 원씩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가계 건전성 관리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2021년 주요 시중은행의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연 최저 2.74%에서 최고 4.37%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지난 27일엔 해당 금리가 연 4.41~7.01% 수준으로 치솟은 상태다. 변동금리 역시 연 3.61~6.01% 수준으로 상승했다. 이에 따라 5년 전 고정형 주담대를 선택한 차주들은 올해 만기를 맞아 큰 폭의 금리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고정형 주담대는 5년이 지난 뒤 5년마다 고정금리를 갱신하는 주기형과 6개월 또는 12개월마다 변동금리를 적용하는 혼합형이 있다. 예를 들어 2021년 6억원의 주기형 주담대(30년 만기·원리금 균등상환 조건)를 받은 차주의 경우, 당시 최저금리(2.74%)를 적용받았다고 가정하면 월 상환액은 245만원 정도가 된다. 그러나 5년 만기를 맞는 올해 4.41% 금리가 새로 적용되면 매월 상환액은 292만원으로 47만원 정도 더 늘어난다.
혼합형 대출을 받은 차주의 경우 올해 변동금리 전환 시 연 3.61% 최저금리를 적용하더라도 월 269만원으로 매달 24만원씩 더 상환해야 한다.
특히 2021년은 부동산 시장 과열로 2030세대 위주 ‘영끌족’이 폭증했던 시기다. 한국부동산원의 ‘매입자 연령대별 주택매매거래 현황’ 분석에 따르면 2021년 1~10월 2030세대의 서울 아파트 매입 건수는 전체의 41%에 달했다. 당시 상환 능력 한계까지 대출을 끌어다 쓴 차주들이 많았기에 조금의 금리 변동으로도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이 2021년에 내준 5년 고정형 주담대 규모는 20조3404억원으로 집계된다. 통상 고정형 주담대 차주의 절반가량이 5년 안에 갈아타기를 하거나 조기 상환하는 걸 고려하더라도 올해 금리 재산정 대상 잔액은 10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대출액 금리가 평균 1~2%포인트, 최대 4~5%포인트 상승한다는 뜻이다.
대출 금리가 급등하면서 올해 가계부채 건전성 관리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지난 20일 금융감독원 발표에 따르면 지난 1월 국내 은행 주담대 연체율은 0.29%로, 전월 말 대비 0.02%포인트 증가했다.
여기에 더해 중동 전쟁 여파에 따른 물가 불안으로 각국 중앙은행들이 조기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관측돼 추가 상승 국면으로 갈 가능성도 점쳐진다. 씨티그룹은 최근 보고서에서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5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 인상 시그널을 낼 수 있다”고 봤다.
네덜란드계 회사인 ING 역시 보고서를 통해 “신 후보자의 정책 기조에 대한 초기 평가는 매파적 성향에 기울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국제유가 상승 속에서 원화 약세가 이어질 경우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고, 높은 가계부채 수준이 지속되고 있음을 고려하면 새 한은 총재가 이른 시점에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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