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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 전화올까 무서워요”…빌라 월세 부담에 서민들 한숨

조성신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robgud@mk.co.kr)기사입력 2025.12.03 10:34:21

10월 서울 빌라 월세가격지수
전월 대비 0.42포인트 상승
통계 공표 이후 최고치 기록


서민·청년층의 주거비 부담이 눈덩이 처럼 커지고 있다. 전세사기 여파와 다주택자 규제 강화로 연립·다세대 공급까지 위축되면서, 서민 주거비를 떠받쳐온 ‘저렴한 월세 주거지’ 기능이 약해지는 모습이다.
3일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10월 서울 연립·다세대 월세가격지수는 102.19로 전월 대비 0.42포인트 상승해 통계 공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권역별 지수는 동남권 102.56, 도심권 102.64, 서북권 102.31, 서남권 102.25, 동북권 101.69 등 전 권역이 기준선 100을 웃돌았다.
서울 연립·다세대 평균 월세는 63만6000원으로, 월세 거주 비중이 높은 서민·청년층의 체감 부담이 크게 커진 상태다. 동남권 평균 월세는 90만1000원으로 100만원선에 다가섰고 도심권 역시 80만4000원을 기록하며 80만원대를 넘어섰다.
가격뿐만 아니라 수급 불균형도 심화하고 있다. 올해 초 99.8이었던 월세수급동향 지수는 2월 이후 줄곧 100을 넘겨 10월 103.9까지 상승했다. 가격지수와 수급지수가 동시에 오르면서 월세 수요가 공급을 분명히 앞서는 구조가 굳어지는 모습이다.
인허가·착공 동반 감소…1~2년 뒤 물량 공백

연립·다세대 등 비아파트 부문의 공급 여건도 악화되고 있다. 10월 기준 올해 누적 서울 비아파트 주택 인허가 물량은 2만 7877가구로, 지난해 같은 달 3만 13가구보다 7.2% 줄었다. 착공 실적도 2만 6068가구로 1년 전 2만 8485가구 대비 8.5% 감소했다.
통상 연립·다세대는 1~2년 뒤 실제 입주 가능한 월세 물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해온 만큼 인허가·착공 감소는 곧 향후 임대 물량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금융·세제 규제 강화로 다주택자의 추가 매입과 갭투자가 사실상 차단된 점도 연립·다세대 시장 위축 요인으로 꼽힌다. 수요 억제를 통해 투기를 막는 효과는 있지만, 임대용 매입 수요와 소규모 임대사업 신규 진입까지 동시에 줄면서 월세 공급 기반이 약해지는 역설적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서민·청년층에게 직격탄이 되고 있다. 월세가격은 사상 최고 수준까지 치솟는 가운데 연립·다세대 인허가·착공 둔화로 입주 가능한 물량까지 줄면 선택지는 더욱 좁아진다.
정성진 어반에셋매니지먼트 대표는 “매매·전세 시장 규제가 강화될수록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지고 전세 이탈 수요가 월세로 몰리는 흐름이 강해진다”면서 “이 구조가 지속되면 ‘월세난’이 장기적으로 고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