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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가야 하는데 갈 곳이 없어요”…토허구역 확대 후 서울 전·월세 대란

백지연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gobaek@mk.co.kr)기사입력 2025.10.29 16:49:51

전세 갱신이 신규보다 많아
토허구역 새로 지정된 곳에선
전세보증금 수억씩 오르기도


10·15대책의 후폭풍으로 이사를 포기하는 서울 전·월세민들이 크게 늘어난 모양새다. 대책 발표 후 전·월세 매물이 확 줄면서 ‘갱신 계약’에 나서는 이들이 ‘신규 계약’보다 많아지면서다.
29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26일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 1949건 중 신규 계약은 971건(49.8%), 갱신 계약은 978건(50.2%)으로 집계됐다.
일주일 치 통계이지만 시장 심리가 급변했다는 평가다. 올해 월별 기준으로는 갱신 비중이 과반을 차지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 1~9월 평균은 신규계약 58.6%, 갱신계약 41.4% 수준이었다.
지난 20일부터 서울 전역이 토허구역으로 묶이면서 집을 사도 2년간 임대를 놓을 수 없는 상황이 되자 갱신 거래 비중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앞서 지난 6·27 대책으로 수도권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6개월 내 전입 의무가 발생하면서 임대 공급이 위축된 데 이어 또다시 전세 매물이 급감한 배경이다.
이에 따라 서울 전·월세민들이 보증금을 높이더라도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갱신 계약 중 계약갱신청구권을 쓰지 않은 600건 중 보증금을 올린 경우가 424건(70.7%)으로 가장 많았다. 동결은 150건(25.0%), 인하된 경우는 26건(4.3%)에 불과했다.

특히 10·15 대책을 통해 토허구역으로 신규 지정된 지역에서는 전세보증금이 수억 원씩 오른 사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일례로 서울 성동구의 ‘트리마제’ 전용 84㎡는 기존 15억5000만원에서 3억원 상승한 18억5000만원에 전세가 거래됐다. 강동구 ‘고덕그라시움’ 전용 84㎡ 또한 기존 8억1000만원에서 10억1000만원에, 마포구 ‘공덕파크자이’ 전용 84㎡는 기존 9억8000만원에서 11억7000만원 등 2억 가까이 오른 금액에 전세가 갱신됐다.
업계에서는 전·월세 시장의 불안이 자칫 매매시장으로 번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 국토연구원은 지난 5월 전셋값이 1% 상승하면 주택 매매가격이 0.65% 오른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