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과 지방 아파트 가격 격차가 약 17년 만에 가장 크게 벌어졌다. 수도권 인구 집중과 다주택자 규제 등이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9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7월 아파트 매매 실거래 가격지수는 수도권이 152.0, 지방이 105.2를 기록했다.
아파트 매매 실거래 가격지수는 2017년 11월 수도권과 지방의 아파트 가격을 기준점인 100으로 두고 산출된다. 지난 7월 수도권 지수의 지방 대비 비율은 1.44로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8월 1.45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도권과 지방의 아파트 가격 차이가 17년 만에 가장 크게 벌어졌다는 뜻이다.
수도권과 지방 아파트 간 가격 격차는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6년 1월 이후 2008~2009년까지 확대되다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택경기가 위축되면서 다소 줄어들었다. 이후 2015년부터 다시 벌어지기 시작했고, 팬데믹 회복 국면에서 주춤했다가 2023년 이후 다시 커지고 있다.
최근 서울 주요 지역에서는 아파트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반면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가격이 내려가는 등 집값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6월 발표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에서 주택가격 양극화가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경제력 격차 확대, 수도권 인구 집중 등 우리나라 경제의 구조적 문제와 과거 주택경기 부양을 위한 공급 확대 정책으로 비수도권 주택 공급 과잉 등의 이유로 심화됐다고 분석한 바 있다.
다주택자 규제가 수도권 주요 지역의 주택가격만 끌어올리며 양극화를 키웠다는 시각도 있다.
규제로 인해 다주택자의 부담이 커지며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큰 지역에서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것이 양극화 격차를 벌렸다는 분석이다.
올해 한국경제학회가 발표한 '지역 간 주택경기 양극화 현상 분석' 논문에 따르면 더미변수 추정 등을 통해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 강화 기간(2006년 2월~2008년 1월, 2017년 6월~2022년 4월) 아파트 가격 변화율(KB매매가격지수 기준)을 분석한 결과 수도권은 0.912% 상승했지만, 기타 지방은 0.075%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근영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논문을 통해 "주택경기 양극화 현상은 수도권과 지방의 경제 여건과 각종 정책의 변화에 기인하지만 어느 변수보다도 다주택자 규제 정책과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