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이번에 자기소개서 쓰고 임대주택 합격했잖아.”
지난해 말 새집을 찾아나선 친구가 한 말이다. 괜찮은 입지의 원룸은 월세가 지나치게 비싸고, 청년안심주택은 수백 대 일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는 상황. 친구는 자기소개서와 면접만 성실히 준비해도 정부에서 제공하는 저렴한 사회주택에 입주할 수 있다며 ‘합격 스토리’를 자랑스레 풀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주택을 운영하는 회사는 2개의 임대주택이 가압류를 당하고, 2건의 보증금 미반환 사고가 발생한 상태. 쾌적한 외관과 달리 주택의 재무 상태는 무너지고 있었다. 고민 끝에 입주를 포기했다는 친구는 소식을 접하고 “추가 입주자를 모집하는 연락이 계속 와 수상했다. 정부가 제공해 믿었는데 ‘역시 싼 게 비지떡’”이라며 깊은 실망감을 내비쳤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사회주택 입주민들도 비슷한 경우였다. 서울시 홈페이지의 모집공고를 보고 ‘안전하다’는 믿음을 갖고 지원했다. 하지만 운영업체는 보증금 미반환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이를 알리지 않은 채 새 입주자를 모집했다. 건물 관리비 납부가 밀려 공용전기가 끊기고, 밤마다 어두컴컴한 복도 계단을 오가는 상황에서 입주민들은 어떤 좌절감을 느꼈을까.
모든 배경에는 지속가능성을 간과한 정책 설계 그리고 무책임한 운영이 있었다고 본다. 비영리단체가 건물을 짓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공사비가 거액의 근저당으로 잡히지만, 이를 갚을 수준의 적정 수익성은 나오지 않는 사업. 여기서 정부 재정 지원까지 끊기면 주택 운영업체는 고꾸라질 수밖에 없는데 운영업체의 운영 실태에 대한 적절한 모니터링은 이뤄지는 않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정치권 여야 중 누구 잘못이 더 큰지를 따질 필요가 있을까. 중요한 것은 청년, 고령자 등 주거 취약계층을 위해 어떤 임대주택을 어떠한 방법으로 공급하고,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고민하는 자세가 아닐까 싶다. 그러지 않은 채 서로 책임만 탓하다 끝난다면 주거 취약계층 청년들에겐 결국 ‘각자도생’이라는 쓴맛의 교훈만 남기게 될 게 뻔하다.
위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