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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살면서 매달 150만원 꽂히는데”…상속 덫에 걸린 주택연금 [언제까지 직장인]

류영상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ifyouare@mk.co.kr)기사입력 2025.07.06 06:29:29

주택연금 18년 지났지만 1%대
상속 문화·낮은 지급액 탓
세제지원 확대 등 대책 마련 시급

 

경기가 급격하게 얼어붙으면서 고용 불안을 느끼는 직장인들의 모습을 도처에서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어찌하든 자신의 주된 커리어를 접는 시기는 누구에게나 다가오게 마련입니다. 갑자기 다가온 퇴직은 소득 단절뿐 아니라 삶의 정체성 마저 집어삼킬 수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합니다. 지금 이 순간, 어떻게 준비 하느냐에 따라 ‘인생 2막’의 무게와 행복감은 확연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직장에 다닐 때는 부(富)의 확대에 치중했다면 은퇴 후에는 ‘현금흐름’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에 매주 연재하는 ‘언제까지 직장인’에서는 연금테크(연금+재테크)에 대해 자세히 알아 보겠습니다.


“월 150만원씩 나오는 주택연금에 가입하면 여행도 다니고 숨통 좀 트일 것 같은데, 자식들에게 재산 물려주는 걸 생각하면 자꾸 망설여집니다.”
최근 본 기자에게 60대 한 은퇴자가 털어놓은 고민의 일부 입니다.

주택연금(역모기지) 제도는 만 55세 이상 주택 소유자가 내 집에 살면서 해당 집을 담보로 제공하고 평생 매월 일정 금액의 노후 생활자금으로 받는 국가 보증의 금융상품입니다.


주요국 중에서도 가장 빠르고 가난하게 늙어가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상속문화는 주택연금을 가로막는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주택연금은 지난 2007년 도입된 이후 가입자는 13만7800명(2월말 기준)으로 전체 대상 주택의 1%대에 불과합니다. 가입자 평균 나이는 73.4세, 평균 월 연금액은 150만원, 주택 평균가격은 약 4억6000만원입니다.

최근 국민연금연구원이 발간한 ‘사적연금제도 연금화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자산이 대부분 부동산에 묶여 있는 우리나라 베이비부머 세대의 현실을 감안할 때, 주택연금의 기능 정상화는 노인 빈곤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 과제라고 지적합니다.

재테크 전문가들은 “2차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 기대수명 증가 등 인구 구조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65세 이상 고령자의 90%정도가 각종 연금을 받고 있지만 월평균 수급액은 70만원도 채 안되는 수준”이라면서 “이런 가운데 주택연금 등을 잘 활용하면 고령층의 가처분소득을 늘려 노후빈곤 완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애들 물려줘야지 노후 자금은 무슨…”

그럼, 우리나라 노인들이 주택연금 가입을 꺼리는 이유는 뭘까요.
여기에는 자녀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상속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실제 주택금융공사의 2022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입하지 않는 이유로 ‘자녀에게 상속하기 위해서’라고 답한 비율이 54.4%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습니다. 그 뒤를 ‘월지급금이 적어서(47.2%)’라는 답변이 따랐습니다.

이와 함께 전체 가입자의 3분의 2(2024년 4월 기준)가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등 지역별 불균형도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는 주택 가격이 높은 수도권에 혜택이 쏠리는 구조적 문제를 여실히 보여주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설상가상으로 2020∼2021년 집 값이 치솟을 때는 기존 가입자들이 연금을 해지하고 주택을 매각(해지 후 매각 비중 46.3%) 하는 사례가 크게 늘어 제도의 안정성을 위협 받기도 했습니다.

이에 국민연금연구원은 주택연금 활성화 차원에서 ‘더 많은 연금’과 ‘더 넓은 가입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를 위해 월 지급금 증액과 함께 가입 문턱 하향, 주택 다운사이징 활성화 등을 대안으로 내놓았습니다.

최근 대출한도를 5억원에서 6억원으로 올린데 이어 주택 가격 상승 추세를 반영한 지속적인 한도 확대가 필요하다고 제안 했습니다.
시가 2억5000만원 미만 저가주택 소유자에게 월 지급금을 최대 20% 더 주는 ‘우대형 주택연금’ 가입 조건에서 기초연금 수급 요건을 폐지하는 방안도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또 현재 공시가격 12억원 이하로 돼 있는 가입 제한을 미국이나 홍콩처럼 폐지하고 연금저축(소득 100원당 11원∼15원)에 비해 현저히 낮은 세제 지원율(100원당 1.6원∼2.2원)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와 함께 국민연금연구원은 “고령 가구가 큰 집을 팔고 작은 집으로 옮기면서 발생하는 차액을 연금계좌에 넣어 세제 혜택을 받는 ‘주택 다운사이징’ 활성화가 주택 보유 심리가 강한 고령층에게 상속과 노후준비를 병행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즉 주택을 평생 보유하려는 성향이 짙은 우리나라 고령층에게 상속과 노후 준비를 병행할 수 있는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것이라는 제언입니다.
이와 관련 금융권 관계자는 “주택연금 가입자 수가 늘어나면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0.7%포인트 높아지고, 노인 빈곤율도 5%포인트 낮춘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주택연금 가입률이 여전히 1%대에 머물고 있는 가운데 실질적인 유동화 전략과 제도 개편 없이는 가입자 확대가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가입을 촉진하기 위한 제도 개선 방안으로 주택가격 변동이 연금에 반영되는 상품 설계와 상속 절차의 명확화, 손실 우려 해소를 위한 정보 제공, 세제 혜택 강화 등이 핵심 과제”라며 “각각의 개선 방안을 적용할 경우 가입 의향이 5~7%포인트 상승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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