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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지도 내리지도 못해”…금리 하락에도 대출금리 못내리는 은행들

조성신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robgud@mk.co.kr)기사입력 2025.06.18 15:00:47


은행이 가계대출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장금리 하락세에도 금융당국이 가계빚 폭증을 이유로 대출 관리 압박을 가하자 금리를 내리지도 올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18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이 지난 4월 취급한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평균 연 4.05%로 1년 전인 지난해 4월(3.97%)보다 0.08% 포인트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한국은행이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4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기존 3.50%에서 2.50%로 1.00% 포인트 내렸지만, 은행 대출금리는 오히려 오른 것이다.
일반적으로 금리인하기에는 시장금리가 내려가면서 대출금리도 하락 압력을 받는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로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올리거나 우대금리를 줄이는 식으로 대출금리를 높게 유지하고 있다.

한 시중 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총량을 관리하면서 대출금리를 무작정 낮추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7월 DSR 규제 강화 전 막차 수요가 몰리고 있어 관리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오는 7월 도입되는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앞두고 서둘러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로 가계대출은 빠르게 늘고 있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12일 기준 750조792억원으로 전월말(748조812억원) 대비 1조9980억원 늘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집값을 비롯해 증시 활황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 ‘빚투(빚내 투자)’ 수요가 늘고 있는 영향이다.
가계대출 폭증 조짐에 금융당국은 고삐를 죄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 16일 시중은행 가계대출 담당 부행장을 소집해 비공개 간담회를 갖고 가계대출을 선제적으로 관리해달라고 당부했다. 대출 관리는 지금처럼 은행 자율에 맡기되 대출금리를 높이는 대신 ‘비가격적’ 방안을 쓰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은행들이 이미 가계대출 총량 관리 기조 하에 다주택자 주담대 취급 제한이나 만기 축소, 비대면 대출 일일 신청 제한 등 빗장을 걸어 잠근 상황에서 추가적으로 쓸 수 있는 방안이 있을 지는 알수 없다.

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로 인위적인 대출 축소 정책이 이어지면 실수요자만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일부 은행에서는 대출 모집인을 통한 주담대 접수가 중단돼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일부 은행들은 우대금리를 줄이는 식으로 대출금리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대출 증가세가 가라앉지 않을 경우 더 강력한 조치를 내놓는다는 방침이다. 스트레스 DSR 3단계 시행과 함께 수도권에만 더 높은 가산금리를 부여하는 방안과 보증기관의 전세대출 보증비율을 기존 90%에서 수도권만 80% 또는 70% 수준으로 강화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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