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주택 공급 위축에 따른 부동산 시장 불안이 더욱 가중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주요 대선후보들의 공약집에서도 ‘공급 확대’만 강조할 뿐 구체적인 목표·시기·방법론이 빠져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 28일 발간한 공약집에서 “초고가 아파트 가격 상승 억제 중심에서 중산층,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공급 중심의 주거정책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세금으로 집값 상승을 억누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부동산 세제 공약이나 항목은 한 건도 없었다.
이에 비해 김문수 후보는 세제 공약을 여러 건을 제시했다. 김 후보는 공약집에서 “다주택 중과 폐지로 ‘똘똘한 한 채’ 집중을 해소하고 수도권-지방시장 양극화를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종합부동산세 부과 때 주택 수에 따라 다른 세율을 적용하는 현행 체계를 가액 기준 과세로 전환하고, 장기적으로는 재산세와 통합하겠다고 약속했다. 한 채를 보유했더라도 집값이 높으면 종부세를 더 많이 내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지방 다주택자에 대해선 세제 중과를 완화하고, 비수도권 주택 구입 땐 취득세를 폐지하겠다는 공약도 꺼내들었다.
이재명 후보는 ‘고분양가 문제 해소’에, 김문수 후보는 ‘지방 미분양 해소’에 방점을 찍은 것도 다른 지점이다.
이 후보는 ‘주택공급 신속 인허가 제도’로 인허가 기간을 단축해 사업자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통해 분양가 인하를 유도하겠다고 했다. 도시분쟁조정위원회 심사 대상에는 공사비 분쟁 조정을 포함해 공사비 투명성 담보하겠다고도 했다.
김 후보는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해 매입형 장기(8년) 민간임대주택 재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153만 가구에 이르는 전국 빈집을 지자체가 수리해 귀농·이농 베이비부머에게 낮은 가격에 장기 임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 압력을 완화하고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에 장기공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임차인 자격 완화 요건을 ‘3개월 이상 공실’에서 ‘1개월 이상 공실’로 완화하고, 법인 임차도 허용하겠다고 공약했다.
업계와 시장에서는 수도권과 지방간 양극화를 줄이는 정책이 필요한 상황에서 지방 수요를 진작시킬만 한 세제 지원이나 민간임대사업자 활성화 등의 파격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아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명 후보와 김문수 후보는 모두 ‘주택 공급 확대’에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후보는 ‘공공성 강화’ 원칙 아래 재개발·재건축 절차를 간소화하고 용적률·건폐율을 완화하겠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민간의 안정적 주택 공급을 위해선 주택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확대를 제시했다.
또한 공공임대주택 비율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이를 위해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모델을 활성화하겠다고 공약했으나 임대주택 비율을 어느 정도로 늘릴 것인지 목표치는 공개하지 않았다.
‘맞춤형 공공분양과 부담 가능주택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에도 수치는 제시하지 않았고, 논란이 된 ‘4기 신도시’ 추진 계획은 공약집에서 제외됐다.
지난 대선 때 서울 107만 가구, 경기·인천 151만 가구 등 5년간 주택 311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공약한 것과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이 후보는 당시 김포공항 주변 공공택지를 개발하고 용산공원 일부, 태릉·홍릉 등 국공유지를 활용하겠다는 구체적 방법론도 내놓았었다.
김 후보도 ‘재건축·재개발 촉진 특례법’으로 용적률·건폐율을 올리고 사업 기간을 단축하겠다고 공약했다. 공공주택 인허가와 건설형 공공주택 착공도 늘리겠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목표치는 제시하지 않았다.
결혼하면 3년, 첫아이를 낳으면 3년, 둘째 아이를 낳으면 3년간 최대 9년 주거비를 지원하는 ‘3·3·3’ 주택을 임기 중 매년 10만가구 공급하겠다고 제시했다. 이는 이 후보에게는 없는 공약이다.
김 후보는 주거형 주거용 소형 오피스텔을 중과 대상 주택 수에서 배제해 1인 가구용 주택 공급을 활성화하고 도시형생활주택 세대 수 제한을 폐지하겠다고도 약속했다.
두 후보의 공약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들은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실효성 있는 방법론이 보이지 않는 점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근 주택시장이 다시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는 상황에 인수위원회 없이 곧바로 집권하는 만큼 주택정책의 기조와 실행 계획을 초기에 명확히 제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 보인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