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신도시 정비사업이 본격 궤도에 오르기 전에 가장 먼저 직면한 벽은 ‘이주대책’이다.
분당 재건축을 둘러싼 이주 대란 우려가 갈수록 현실화하자, 국토교통부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정비사업 대출보증 제도를 활용해 이주수요가 집중될 지역의 ‘돈줄’을 죄는 강경책을 꺼냈다. 이주수요가 집중되면 전셋값이 급등하고 인근 지역 집값마저 들썩일 수 있어 사전 예방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반영됐다.
국토부가 작년 말 발표한 1기 신도시 재건축에 따른 향후 5년간 ‘이주수요 영향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28~2029년 분당에서 이주수요가 주택 공급보다 훨씬 많을 전망이다. 올해 선정될 2차 선도지구가 재건축사업에 속도를 내면 2028~2029년 집중적으로 이주를 하기 때문이다.
총이주물량은 1만2700가구로 예상되는데 가용 물량은 8600가구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됐다. 주택 공급이 4100가구 부족한 상황이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이주수요가 공급보다 4000가구 이상 많은 상황이 도래하면 분당과 인근 지역 전세난이 심화하고 전셋값 역시 급등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국토부와 성남시는 이주대책 일환으로 작년 12월 분당구 야탑동 중앙도서관 인근 빈 땅을 이주단지로 활용하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임대주택이 들어설 것을 우려한 인근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성남시는 해당 용지 지정을 철회했다.
이후 성남시는 대안용지 3곳을 다시 제안했지만 국토부는 활용불가 입장을 최근 회신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야탑동 용지는 빈 땅이라 이주단지를 신속히 지을 수 있지만 성남시가 제시한 다른 3곳은 지장물이 많아 이주주택 건설이 쉽지 않다”며 “애초 2029년까지 이주주택을 마련할 계획이었기에 대안 용지는 수용하기 어렵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주대책이 무산되면서 성남시가 지방자치단체로서 책임을 제대로 했는지에 대한 비판도 커지는 중이다. 성남시가 야탑동 주민들의 반대만 고려하고 성남시 일대 전월세를 살고 있는 다른 시민들의 편의와 이주수요를 무시한 데 따른 비판이다. 성남시가 야탑동 주민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해 야탑동 용지에 이주 지원 단지 건립 계획을 고수해야 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토부는 허용 정비물량 제도를 통해 이주수요가 한꺼번에 몰리지 않도록 분산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재건축 착공 직전 단계인 관리처분인가 시기를 앞당기거나 늦춰 착공 물량을 조정하는 것이다. 관리처분인가 시기가 늦어지면 재건축 이주 시기도 자연히 미뤄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관리처분인가를 내주는 주체가 국토부가 아닌 지자체란 점이다. 재건축 막바지 단계인 관리처분인가 시기를 늦추면 조합 입장에서는 그만큼 비용 부담이 늘어난다. 야탑동 주민들의 반발만으로도 이주단지를 포기한 성남시가 지역민인 조합의 강한 반발을 이겨내고 관리처분인가 시기를 조절할 수 있을지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국토부가 고심 끝에 HUG의 대출보증 지원 제도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선 것은 이 때문이다. HUG가 국토부 산하기관인 데다 시공사 선정 전부터 보증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설계한 만큼 재건축사업 초중반 단계부터 속도 완급조절이 가능하지 않겠냐는 복안이다.
지난해 이미 선정된 선도지구의 보증 지원은 원활히 이뤄질 전망이다. 1차 선도지구 재건축에 따른 이주수요는 2027년 전후 발생할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 시기에는 이주수요보다 가용 물량이 더 많은 것으로 집계됐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분당 재건축이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도 언급한다. 일례로 5개 단지(4392가구)가 재건축을 추진하는 분당 양지마을에서는 역세권인 금호1단지와 초등학교를 품은 청구아파트가 제자리 재건축을 요구하고 있다. 다른 단지는 반발하며 갈등을 겪는 상황이다. 성남시 관계자는 “재건축에는 여러 변수가 있기 때문에 시뮬레이션대로 정비 물량이 나오기는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