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베일리 3.3㎡당 2억 거래 알고보니 부산 해운대 거주자 대출없이 사고 기존주택도 보유 전세끼고 갭투자 가능성 높아
올해 초에도 원정 투자 증가 지방부동산 경기 침체 계속땐 ‘똘똘한 한채’ 갈수록 심화될듯
지난해 말 서울 서초구 반포동 원베일리 전용 133㎡(52평)를 106억원에 구입한 사람은 부산 해운대구 거주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방 부동산 경기 침체와 인구 절벽이 맞물리며 서울 핵심지로 수요가 집중되는 현상이 입증된 셈이다. 특히 서울시가 올해 초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동)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하며 지방 거주자들의 서울 ‘똘똘한 한 채’ 매수 현상이 가속화됐다는 분석이다.
5일 매일경제가 법원 등기부등본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작년 12월 서울 서초구 반포동 원베일리 아파트 전용 133㎡는 부산 해운대구에 거주하는 60대 A씨가 106억원에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거래는 서울에서 처음으로 평(3.3㎡)당 2억원 시대를 개시한 것으로 주목받았다.
등기부등본을 살펴보면 이 주택에 대한 근저당권이 설정되지 않았다. 즉 A씨는 주택담보대출을 일으키지는 않은 셈이다. 다만 A씨가 기 보유한 주택을 팔지는 않은 것으로 봐서 전세를 끼고 주택을 구매하는 ‘갭투자’ 가능성이 높다.
A씨가 구매한 주택은 한강 조망권을 확보한 동시에 고층이어서 높은 프리미엄을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단지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반포동에서 가장 선호되는 단지인데다 로얄동에 한강 조망까지 갖추며 희소성이 부각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A씨는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더샵아델리스에 거주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주택은 해운대구 우동 마린시티에 위치한 고층 주거용 오피스텔이다. 2006년 준공된 이 오피스텔은 비수도권 오피스텔 중 가장 비싼 오피스텔로 알려져 있다. 이유는 일부 세대의 경우 해운대 해변부터 동백섬, 광안대교까지 조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준공 20년차인 이 오피스텔은 조망권을 갖춘 세대의 경우 작년 9월 19억 5000만원에 신고가 거래되기도 했다. 부산에서 조망권의 가치를 일찌감치 확인한 A씨는 서울에서 한강 조망권을 갖춘 ‘똘똘한 한 채’ 원베일리 선점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지방 거주자의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아파트 매수는 작년 말부터 올해 초에 두드러진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2월 강남3구 아파트 구매자 중 서울 외 거주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5.5%로 집계됐다. 지난해 9월~11월엔 외지인 비중이 17~18%에 불과했지만 2월 들어서는 7~8%포인트 가량 외지인 매입 비중이 높아진 셈이다.
이는 서울시가 올해 2월 국제교류복합지구 인근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동)을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한 시기와 일치한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 적용되는 ‘실거주 의무’ 족쇄가 풀리며 지방 거주자의 서울 주택 투자 행렬이 두드러졌다는 분석이다.
강남권 아파트값 급등세에 정부와 서울시가 황급히 지난 3월 강남3구와 용산구 아파트 전체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며 이 같은 서울아파트 원정 투자 열기는 일시적으로나마 식은 상태다. 다만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기간이 6개월인 만큼 규제 연장 여부에 따라 언제든 열기는 다시 달아오를 수 있다.
지방 자산가들의 서울 ‘똘똘한 한 채’ 매수세는 상업용 부동산 침체와 맞물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원갑 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과거에는 자산가들이 빌딩을 사는 것이 트렌드였다면, 최근엔 공실 리스크가 높고, 환금성도 떨어져 상업용 부동산 인기가 떨어졌다”며 “강남 아파트가 자산가들에게 인구 감소 시대 마지막 재테크 피난처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 세제로 ‘똘똘한 한 채’ 현상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지방 부동산은 계속 가격이 내려가며 자산가들이 지방에 주택을 보유할 유인이 사라졌다”며 “자녀들을 위해서라도 서울 아파트 한 채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며 앞으로도 원정 투자 행렬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