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대 공인중개사 A씨는 최근 들어 손님을 한 명도 받지 못했다. 매물을 보러 온 이들은 있었지만 모두 임장크루들이었기 때문이다. 알면서도 조건을 맞춰 매물을 보여준 뒤 혹시나 연락을 해봤지만 역시 돌아오는 건 무응답뿐이었다.
# 또 다른 공인중개사 B씨는 첫 손님을 받자마자 쎄한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부동산에 들어서자마자 “최근에 문의가 언제부터 활발해졌느냐”, “동네 동향이 어떻느냐” 등의 질문을 연달아 쏟아내서다. 임장크루일 것이라는 의심이 들어 대답을 회피하자 이들은 휙하고 공인중개사무소를 떠났다.
임장크루들이 부동산 업계의 골칫거리로 떠오르자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결단에 나섰다. ‘임장 기본보수제’를 도입해 일명 ‘임장비’를 거두겠다는 것이다.
임장크루의 단순 구경을 위해 공인중개사들의 노동력을 낭비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다만 일각에서는 부동산 거래 절벽에서 ‘임장비’까지 도입하면 공인중개소를 찾는 이들의 발길이 더 끊길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김종호 한국공인중개사협회장는 최근 취임사를 통해 ‘임장 기본보수제’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최근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공인중개사 상담료를 별도로 신설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이다. 부동산 임장을 위해 뚜렷한 매수 의사 없이 매물 상담만 받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김 회장은 “상담이 잘 돼서 부동산 계약이 성사되면 중개 수수료를 상담료에서 차감하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도 해당 제도를 보는 시각이 갈리고 있다. 무분별한 임장크루의 행태를 지적하면서도 되려 매수자들 입장에서 거부감이 생겨 부동산 직거래가 더 활발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다.
한 공인중개사는 “집만 보러 가는 경우에는 당연히 임장비를 도입하는 게 맞다고 본다”며 “계약하러 간다면 낼 필요가 없지만 중개인이 중개를 하는 사람인데 임장을 도와주는 사람처럼 돼버렸다”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집 구경만 다니는 사람들 때문에 필요하기 하다”면서도 “수수료 협의문구 삭제, 부동산 직거래 대책 등 다른 문제가 더 우선”이라고 지적한다. 이어 “자칫하면 중개사들 이미지만 더 나빠질 수도 있다”고 토로했다.
한편 ‘임장 기본보수제’ 도입에 이어 중개보수 정액제·정률제에까지 업계의 관심이 다시금 쏠리고 있다.
현행법상 중개수수료는 매매가 2억원~9억원 미만 주택은 0.4%, 9억원~12억원 미만은 0.5%, 12억원~15억원 미만은 0.6%, 15억원 이상은 0.7%가 상한요율로 책정됐다. 상한요율 이내에서 중개의뢰인과 공인중개사가 협의가 가능하다.
중개보수를 당사자 간 협의를 통해 정하는 것인데 사실상 상한요율을 제시하는 공인중개사들이 많아 협상 과정에서 다수의 갈등이 발생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