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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서진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seojin@mk.co.kr)기사입력 2026.08.05 10:26:53

“정부 말만 믿고 큰 손해 보며 급매로 처분했는데, 석 달 만에 다시 완화한다니 허탈함과 분통을 금할 수 없습니다.”
서울 마포구의 아파트 2채를 보유했던 다주택자 A(58)씨는 최근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더 이상의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는 없다”며 엄포를 놓자, 지난 5월 양도세 중과 재개 직전 보유 주택 한 채를 시세보다 1억원 가까이 저렴하게 처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과 석 달 만에 정부가 양도세 중과세율을 다시 한시적으로 완화하겠다고 발표하면서 A씨처럼 정부 방침을 신뢰하고 급매물을 던진 집주인들 사이에서 거센 반발과 무력감이 분출하고 있다.
재정경제부가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정부는 종합부동산세 개편을 계기로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중과를 2028년까지 한시적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지난 5월 10일부로 부활했던 중과세 대책이 단 3개월 만에 다시 단계를 거쳐 완화되는 셈이다.
개편안에 따라 2년 이상 보유한 조정대상지역 주택을 양도할 경우 2주택자는 기본세율(6~45%)에 2027년 5%포인트, 2028년 10%포인트만을 가산 적용받는다. 3주택 이상 보유자 역시 2027년 10%포인트, 2028년 15%포인트로 중과 폭이 축소된다. 기존 중과세율(2주택자 20%포인트·3주택 이상 30%포인트)과 비교하면 세 부담이 확연히 줄어드는 셈이다.
정부는 앞서 4년간 이어온 중과 유예를 끝내며 “더 이상 안 팔고 버티는 것이 이익이 되도록 방치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으나 이번 개편으로 정책 일관성이 무너졌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정부와 대통령실은 이번 세제 개편이 거래 절벽을 해소하고 종합부동산세 개편과 맞물려 다주택자에게 매도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다주택자에게 특혜를 주는 것이 아니라 시장 내 매물 유통을 원활하게 유도하고 과도한 세 부담을 정상화하기 위한 구조적 퇴로를 마련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정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연이은 정책 번복에 따른 시장 충격과 ‘정책을 믿는 사람이 손해’라는 불만은 쉽게 진화되지 않고 있다. 정책 가이드라인이 불과 몇 달 만에 널뛰기를 거듭하자 시장 참가자들의 정책 신뢰도가 크게 추락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개편된 제도를 활용해 절세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연도별로 달라지는 중과세율 스케줄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2027년에 주택을 양도할 경우 2주택자는 5%포인트, 3주택 이상은 10%포인트의 가장 낮은 가산세율이 적용되는 만큼 처분을 확정한 다주택자라면 2027년 내 매도하는 방안이 가장 유리하다. 2028년부터는 중과세율이 각각 10%포인트, 15%포인트로 인상되고 2029년 이후에는 종전의 최고 중과세율로 원상 복귀하므로 세율 인상 단계를 고려해 순차적인 양도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와 함께 양도 차익이 적은 주택부터 먼저 처분해 과세표준 구간을 낮추고 보유 기간에 따른 장기보유특별공제 적용 여부까지 사전에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경수 시원세계사무소 세무사는 “이번 개편안에 따라 중과세율 가산 폭이 5%포인트로 낮아지고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도 유지되는 내년(2027년)이 다주택자에게는 가장 유리한 매도 타이밍”이라며 “내후년부터는 세 부담이 다시 커지는 데다 조정대상지역 다주택자는 장기보유공제 혜택을 받기 어려워 거주 목적이 아니라면 더 오래 보유할 유인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처분을 염두에 둔 다주택자라면 보유 기간별 공제 여부와 연도별 세율 인상 스케줄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내년 안에 순차적으로 매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