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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비 50%씩 치솟는다…공공주택 1만호 건설 줄줄이 연기

홍혜진 기자(hong.hyejin@mk.co.kr), 박소은 기자(park.soeun@mk.co.kr)기사입력 2026.05.28 07:27:23

주52시간·중처법 규제 겹쳐
서울 아파트 공기 40개월대
건설분쟁조정 성립 5% 불과

공공주택 공급 차질 이어지면
전월세난·집값 자극 불보듯



성남복정2 공공주택지구 A-1블록의 공기 4년2개월 연장은 내외 변수에 흔들리는 공공주택 현장의 구조적 지연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중동 전쟁 이후 원자재값과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서 전국 공공주택 사업장에서 사업 기간 연장이 잇따르고 있다.

공기는 늘고, 사업비는 불어나고, 공사비 갈등은 분쟁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건설 경기 위축으로 민간 공급이 줄어든 상황에서 공공 공급까지 속도가 늦어지면 결국 전월세난과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매일경제가 지난 2월 28일 중동 전쟁 발발 이후 발행된 관보 고시를 분석한 결과 전국 주요 공공주택 사업장에서 사업 기간 연장 고시가 잇따랐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충남 서천 장항국가생태산업단지 A-2블록 444가구와 B-1블록 636가구, 충남 당진 석문국가산단 B-3블록 1053가구는 사업 완료 시점이 당초 올해 6월에서 2032년 6월로 6년이나 밀렸다. 다음 달 완공 예정이었지만 착공조차 이뤄지지 않은 채 사업 기간만 연장된 것이다.

부산사상 공공주택지구도 사업 종료일이 2025년 12월에서 2029년 12월로 변경되며 공기가 4년 늘었다. 인천 영종국제도시 A26블록 공공주택 사업은 2028년 6월에서 2029년 12월로 1년6개월 연장됐다. 이미 2016년 입주가 끝난 서울세곡2 공공주택지구조차 인근 빌라 단지와 도면상 경계 불일치 문제를 매듭짓지 못해 일부 공구 준공 기한을 6개월 늦췄다.

업계에서는 공공주택 현장의 공기 연장 원인으로 LH 등 공공 발주처의 경직된 공사비 책정 구조를 꼽는다. 공공사업은 초기 사업비와 공사비가 엄격하게 설정돼 있어 원자재값이나 인건비가 오른 뒤에도 이를 민간 사업처럼 유연하게 반영하기 어렵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LH 등 공공주택 시행사는 공사비를 민간 건설사가 받아들이는 수준보다 타이트하게 잡는 경향이 있다”며 “원가는 20~30% 올랐는데 초기에 계약한 공사비 기준으로 마무리하려 하다 보니 시장 원가와 맞지 않는 상황이 생긴다”고 말했다.

중동발 고유가 쇼크도 추가 변수다. 유가가 뛰면 시멘트와 철근뿐 아니라 페인트·방수재·단열재 등 석유화학 계열 마감자재 가격과 물류비가 함께 오른다. 여기에 환율 불안까지 겹치면 시공사 입장에서는 원가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민간 사업자는 분양가 조정이나 설계 변경으로 일부 충격을 흡수할 수 있지만, 공공주택은 이 과정이 훨씬 더디다.

백준 J&K도시정비 대표는 “시공자는 민간 업자이기 때문에 자신들이 책정한 마진율을 감안해서 들어오고 싶어 하지만 공공주택 사업은 공사비를 일정한 상한선을 전제로 묶어놓고 진행하기 때문에 중동 사태 등 대외 악재가 겹친 급변기 환경에서 단가를 맞추기가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백 대표는 “수용 방식인 공공주택지구는 물론이고 공공재개발 지역조차도 원래 예정에서 잡았던 사업비와 현실의 격차가 커져 진도가 지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안전 규제와 근무시간 단축도 공기를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공공 발주처들이 사고 책임을 피하기 위해 현장 관리를 보수적으로 가져가고 있고, 주 52시간 근무제 안착으로 야간·주말 공정도 예전보다 제한됐다. 실제 착공 후 입주까지 걸리는 서울 아파트 실질 공기는 과거 통념이던 3년에서 늘어나 평균 3년4개월을 넘어섰다.

공기가 길어지면 간접비와 금융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성남복정2지구는 공기가 4년2개월 늘어나면서 총사업비가 4895억원에서 7688억원으로 2793억원 증가했다. 정부가 조기 공급을 추진해온 3기 신도시 핵심지인 남양주왕숙2 A-3블록도 최근 사업 기간이 2년2개월 늘어났고, 사업비는 4866억원으로 기존 대비 46% 상승했다. 사전청약 당시 예고한 분양가보다 본청약 분양가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공사비 부담은 현장 갈등으로도 번지고 있다. 매일경제가 국회를 통해 입수한 국토교통부 건설분쟁조정위원회 분쟁 접수·처리 현황에 따르면 올해 4월 조정위가 접수한 분쟁은 8건으로 올해 월별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 1월부터 5월 18일까지 누적 접수 건수도 2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5건을 웃돌았다.

누적 분쟁 규모도 작지 않다. 2023년부터 올해 5월까지 조정위가 접수한 공사비·자재비 상승 관련 분쟁 금액은 총 2428억원으로 집계됐다. 분쟁 1건당 평균 신청 금액은 39억8000만원에 달한다.

문제는 조정제도의 실효성이다. 2023년부터 올해 5월까지 전체 조정 신청 133건 중 조정이 성립된 사건은 7건에 그쳤다. 성립률은 5.26%다. 조정이 성립된 사건도 접수부터 조정까지 평균 295일이 걸렸다. 조정 절차가 갈등을 신속히 흡수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조정이 지연되면 시공사는 원가 부담을 떠안고, 발주처는 준공 지연과 추가 비용 부담에 직면한다. 결국 갈등이 소송이나 공사 중단, 추가 공기 연장으로 번질 수밖에 없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 현장에서는 시간이 돈”이라며 “분쟁 조정이 빠르게 작동하지 않으면 결국 소송이나 공기 연장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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