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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신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robgud@mk.co.kr)기사입력 2026.02.24 14:47:16

서울 아파트 시장에 전세물건 품귀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서울 강서구 마곡 엠밸리 1~17단지는 총 1만1821가구에 달하는 초대형 단지군이지만, 단지별 전세 매물은 고작 1~5건에 불과하다. 전체 단지군을 합쳐도 두자릿수 수준이다.
봄 이사철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전세를 구하려는 수요는 여전하지만, 시장에 나오는 물량은 하루가 다르게 줄어드는 모습이다.
24일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 자료에 따르면 전날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 수는 1만9010건으로 지난 1월 1일(2만3060건)보다 17.6% 감소했다. 같은 기간 월세 매물 수도 2만1364건에서 1만7527건으로 18% 줄었다.
전세 물량이 급감한 배경에는 정부의 규제 환경 변화와 시장의 경직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먼저 ‘갭투자(전세 끼고 주택 매입)’를 통한 전세 공급 통로가 사실상 막혔다. 수도권·규제지역에서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이 금지되고, 주택담보대출 시 6개월 내 전입·2년 실거주 의무가 부과되면서 전세를 끼고 집을 사서 시장에 내놓는 물량이 사라졌다.
세입자들의 ‘버티기’ 전략도 매물 부족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대출 규제와 전셋값 상승 부담이 커지자, 이사를 포기하고 기존 계약을 연장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이다. 실제로 올해 체결된 임대차 계약 2만7300건 가운데 1만3797건이 갱신 계약으로 집계됐다. 나가는 사람이 없으니 새로 들어갈 자리도 생기지 않는 구조적 악순환이 반복되는 셈이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3일부터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다주택자에 대한 압박을 이어가면서 전월세 매물이 확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양도세 중과 유예 폐지로 인해 세금 폭탄이 두려운 다주택자들이 임차했던 아파트를 매매 매물로 돌린 영향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1월 1일 대비 같은 달 23일까지 22일 동안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 수는 904건 감소했는데, 1월 23일 이후 22일 동안에는 2348건이나 사라졌다. 월세 매물도 이 대통령이 엑스를 통해 발언하기 전 22일 동안 736건 줄었는데, 이후 22일 동안에는 2357건이나 감소했다.
반면 매매 매물 수는 1월 1~23일 사이 소폭 줄었다가 이후 이달 22일까지 1만1507건이나 증가했다.
서민 주거 사다리의 끝단부터 전세난이 가시화되는 모습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세가 많았던 서울 외곽 지역의 매물 감소세는 더욱 뚜렷하다. 도봉구의 경우 한 달 전 301건에서 197건으로 매물이 34.6% 사라졌고, 중랑구와 관악구 역시 매물 씨가 마르고 있다.
문제는 공급 여건도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2만5967가구로, 지난해보다 약 1만 가구 줄어들 전망이다.
정성진 어반에셋매니지먼트 대표는 “공급은 줄어드는데 실거주 의무와 대출 규제라는 자물쇠는 여전히 견고하다”면서 “입주 물량 감소와 규제 강화가 맞물리면서 서울 전역의 전셋값 상승 압박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