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국에서 강제경매에 넘어간 집합건물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경기 침체와 전세사기 후폭풍, 고금리 장기화가 겹치며 서민 주거의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고 분석된다.
11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강제경매 개시 결정 등기를 신청한 집합건물은 3만8524채로,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10년 이후 가장 많았다. 2023년까지는 매년 3만채를 넘지 않았지만, 2024년 처음 3만4795채로 증가한 데 이어 지난해 다시 10% 이상 늘었다.
지역별로는 경기도 1만1323채, 서울 1만324채로 처음으로 두 지역 모두 1만건을 넘어섰다. 인천(5281채), 부산(2254채) 등이 뒤를 이었으며, 강제경매가 수도권에 집중되는 양상이 뚜렷했다.
강제경매 증가는 경기 침체 국면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신호다. 특히 빌라를 중심으로 한 전세사기 여파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피해 임차인들이 보증금 회수를 위해 강제경매를 신청한 사례가 늘었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전세사기 피해 주택 낙찰에 적극 나서면서 매각 건수도 함께 증가했다.
이주현 지지옥션 전문위원은 "전세사기와 깡통전세 피해 임차인의 강제경매 신청이 상당 부분을 차지했을 것"이라며 "자금 경색과 채무 불이행으로 부동산이 '최후의 보루'로 경매에 넘어간 사례도 적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지난해 강제경매로 낙찰돼 소유권 이전 등기를 신청한 집합건물도 1만3443채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서울(4398채), 경기(3067채), 인천(2862채) 등 수도권 비중이 압도적이었다.
임의경매 흐름은 엇갈렸다. 임의경매개시결정등기 신청은 전년 대비 11% 감소했지만, 임의경매로 소유권 이전이 이뤄진 집합건물은 17% 늘었다. 집값 급등기 '영끌'로 매수했던 차주들이 고금리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주택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어난 결과로 해석된다.
[한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