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사오적으로 친일파의 대명사인 이완용의 후손이 재개발 부지를 정리하고 해외로 떠난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에 국민적 공분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30일 조선일보 땅집고에 따르면 이완용의 증손자 이윤형은 지난 1997년 11월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545·546·608번지 일대 토지 2354㎡(약 712평)를 팔아치웠다. 당시 일대 땅값이 3.3㎡당 450만원 안팎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매도금액은 3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땅은 과거 이완용 소유로 친일 행위를 통해 축적한 재산이라 정부가 환수했던 곳이다. 그러다 이윤형이 국가를 상대로 조상 땅을 찾겠다며 제기한 토지반환청구소송에서 승소하면서 돌려받게 됐다.
친일재산조사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완용은 일제강점기에 대활약하며 전국에 걸쳐 총 2233만4954㎡(약 676만8168평) 규모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조사위가 환수한 부동산은 0.05%에 불과한 1만928㎡(약 3300평)에 불과했다.
이완용이 해방 전 대부분 현금화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윤형을 비롯한 이완용의 후손들이 토지반환소송에서 승소한 뒤 되찾아간 부동산도 적지 않다.
재판부는 “친일파의 땅이라고 해도 법치국가에서 법률상 근거 없이 재산권을 빼앗을 수는 없다”며 “토지를 몰수할 법률상의 근거가 없었던 만큼 되돌려 줘야 한다”고 판시했다.
지난 2005년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 귀속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됐지만, 이윤형에게 소급 적용되지 않았다. 친일파 자손들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걸어 재산을 찾아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법기관을 향한 비난이 쏟아졌다. 이윤형도 캐나다로 이민했다.
한편 이 땅은 지난 2008년 북아현2구역으로 묶여 정비사업이 진행 중이다. 서울 지하철 2호선과 5호선 환승역인 충정로역 인근 입지다. 재개발을 통해 지하 3층~지상 29층, 28개동, 2320가구 대단지 아파트로 새단장된다. 시공은 삼성물산과 DL이앤씨 컨소시엄이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