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박소은 기자(park.soeun@mk.co.kr)기사입력 2026.10.28 08:00:12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노선이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지하를 통과하는 구간을 대폭 줄이자 이번에는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은마아파트를 비껴가도록 지하 노선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공공도로 지하를 활용하는 구간이 늘어난 가운데 대치우성1차·쌍용2차 주민들이 공사에 따른 안전 문제와 생활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주민들은 공사계획에 대한 설명도 부족했다며 법적 대응까지 검토하고 있다.
2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 8월 13일 GTX-C 민간투자사업 실시계획 변경을 승인했다. 이번 변경으로 은마아파트 지하 편입 면적은 기존 1만498㎡에서 3712㎡로 64.6% 줄었다. 반면 서울시 소유 도로와 공공부지의 지하 편입 면적은 459㎡에서 6177㎡로 크게 늘었다. 아파트 단지 내부를 비스듬히 가로지르던 노선을 조정해 공공도로 아래를 지나는 구간을 늘린 것이다.
앞서 은마아파트 주민들은 지하 철도 터널이 노후 건물의 안전과 재건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2022년에는 GTX-C 시공사인 현대건설이 속한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 자택 앞에서 반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존에도 대부분 도로를 따라가는 노선이었지만 곡선 구간이 은마아파트 쪽으로 들어가던 부분을 최소화하도록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은마아파트의 지하 관통 면적은 줄었지만 인접한 대치우성1차·쌍용2차에서는 새로운 갈등이 불거졌다. 주민들은 최근 아파트 옆 인도에 공사 펜스가 설치되면서 보행 공간이 크게 줄고, 건물 가까이에서 굴착공사가 진행될 예정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주민 대표는 “폭이 약 10m이던 인도에서 공사 펜스가 7m가량을 차지해 사람이 다닐 수 있는 공간은 3m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며 “아파트에서 약 8m 떨어진 곳에서 수직으로 땅을 파는 공사가 진행될 것으로 알고 있어 불안하다”고 말했다. 어린이 통학 안전은 물론 공사에 따른 소음·진동과 지반 안전성 등을 걱정하는 것이다.
대치우성1차 주민도 “40년 넘은 아파트라 이미 균열과 누수 문제가 있는데 바로 앞에서 굴착공사를 하면 건물과 노후 배관에 영향이 없을지 걱정된다”며 “공사가 2031년까지 이어진다고 하니 장기간 소음과 분진에 노출되는 것도 부담”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공사 내용을 충분히 안내받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지난 9월 17일 주민설명회 관련 안내가 있었지만 안내문에는 ‘한티공원 복구 설계 및 가로수 원상복구 식재 계획’이라는 내용만 담겨 있었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이 안내만으로 아파트 앞 인도에서 진행될 공사의 규모와 영향을 예상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주민 대표는 “아파트 바로 옆 인도에서 대규모 공사를 진행하면서 주민들과 충분한 의견 교환이 없었다”며 “공사 방식과 안전대책에 대한 설명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현대건설은 지하 철도 노선 변경과 주민들이 문제를 제기하는 지상 공사장의 위치는 별개라는 입장이다. 우성1차·쌍용2차 앞 지상 공사장 위치는 노선 변경 전후가 동일하다는 설명이다. 또 두 단지 주민들은 토지 사용 등에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대상이 아니어서 노선 변경을 개별 통지하거나 별도의 설명회를 열 법적 의무는 없다는 취지로 밝혔다.
강남구는 주민 민원이 이어지자 추가 설명회를 열어 공사 방식과 안전대책을 안내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주민들은 설명회에서 제시되는 안전대책 등을 살펴본 뒤 대응 수위를 결정할 계획이다. 주민 대표는 “필요하다면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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