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서울시가 재건축·재개발 인허가 기간을 줄이며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이는 가운데, 사업 후반부인 관리처분 단계의 검증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다. 향후 정비사업 물량이 본격적으로 후속 단계에 진입할 경우 관리처분 절차가 새 병목으로 대두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장경태 의원이 한국부동산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관리처분계획 타당성 검증 의뢰는 2022년 93건에서 2023년 88건, 2024년 133건, 지난해 148건으로 늘었다. 올해 9월말까지는 144건이 접수돼 전년 의뢰량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비사업이 몰린 서울의 증가세가 가팔랐다. 서울의 검증 의뢰는 2022년 14건에서 지난해 41건으로 3년 사이 2.9배 늘었다. 올해도 9월까지 36건이 접수됐다. 경기도 역시 2022년 33건에서 지난해 45건으로 늘었고, 올해 9월까지 40건을 기록했다.
관리처분계획은 조합원의 종전자산과 분담금, 새 아파트 배정 등을 확정하는 절차다. 사업시행인가 이후 이주·철거와 착공으로 넘어가기 위한 후반 관문으로 꼽힌다.
해당 검증 과정에서 실제 부동산원이 서류를 들여다보는 시간보다 검증 전후 준비·협의에 걸리는 시간이 더 긴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관리처분 검증 한 건에 소요된 평균 기간은 약 73일이다. 이중 실제 검증기간은 17일이었다. 반면 의뢰 후 사업시행자가 필수서류를 갖춰 검증에 착수하기까지 평균 36일, 검증 도중 서류 보완과 지자체 협의에 20일이 소요됐다. 전체 기간의 76.7%인 56일이 실제 검증 외 과정에 쓰인 셈이다.
검증 자체가 지연되고 있진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검증일수는 2022년 25일에서 2024년 22일, 올해 17일로 줄었다. 부동산원은 의원실에 “법정 처리기간을 넘겨 지연되거나 미완료된 건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늘어나는 검증 수요를 받아낼 인력이다. 실제 검증에 투입된 인력은 2024년부터 올해까지 13명으로 3년째 그대로인 반면, 1인당 연간 처리건수는 2023년 7건에서 2024년 9건, 지난해 9.9건으로 증가했다.
서울시는 정비사업 확대에 따른 수요 증가에 대비해 SH공사에도 관리처분 검증 기능을 신설한 상태다. 정부와 서울시가 앞단 인허가를 단축해 사업속도를 높일수록 관리처분에 진입하는 사업장도 뒤따라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관련해 장경태 의원은 “주택공급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관리처분 단계의 병목까지 함께 해소해야 한다”며 “검증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만큼 한국부동산원도 적정 인력을 확보하고 검증체계를 개선해 관리처분 절차가 주택공급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