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이용안 기자(lee.yongan@mk.co.kr)기사입력 2026.07.20 17:44:57
집값 부담·대출 규제에 … 경매시장 몰려간 청년들
서울 외곽까지 가격 치솟자
시세보다 싼 경매물건 인기
낙찰가율 100% 넘어 상승
경매로 취득땐 토허제 제외
임차인 승계 갭투자도 가능

청년들이 경매시장에 발을 들이는 주된 목적은 원하는 집을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사기 위해서다. 하지만 대출 규제 등으로 기존 아파트 매매 장벽이 점점 높아지고 경매 참여자가 늘면서 최근 서울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은 100%를 넘어서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아파트 호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적정 입찰가를 산정할 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 감정가에 웃돈 붙어도 저렴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서울 도봉구의 '쌍문한양1차' 아파트 전용면적 66㎡는 5억6899만원에 낙찰됐다. 감정가 7억원의 81% 수준이다. 이 아파트의 같은 면적은 올해 모두 세 차례 거래됐는데 지난 2월 6억5000만원, 6월에 각각 6억6000만원, 6억6900만원에 거래됐다. 낙찰 직전인 2월 실거래가와 비교하면 일반 매매보다 약 8000만원 낮은 가격에 아파트를 산 셈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서울 아파트 경매시장에 수요가 몰리면서 3개월째 평균 낙찰가율이 100%를 넘고 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6월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101.7%로 전월보다 0.9%포인트 올랐다. 지난 3월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99.3%였으나 4월 100.5%를 기록한 뒤 계속 100%를 웃돌고 있다.
경매 감정가는 통상 경매 절차가 개시된 뒤 입찰이 이뤄지기 수개월 전에 산정된다. 아파트 가격이 오르는 상황에서는 감정가에 웃돈을 얹어 낙찰받더라도 일반 매매가격보다 낮게 아파트를 매수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지난달 서울 송파구 '한강극동' 아파트 전용 85㎡는 14억2100만원에 낙찰됐다. 감정가 11억6000만원의 123% 수준이다. 하지만 같은 면적이 올해 15억~16억원대에 거래된 점을 고려하면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아파트를 매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경매시장이 청년층의 관심을 끈 배경에는 멈추지 않는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있다. 특히 올해는 청년층의 내 집 마련 수요가 상대적으로 많은 서울 외곽 지역 아파트 가격이 빠르게 오르면서 자금 마련에 부담을 느낀 청년들이 경매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부동산 규제도 청년층의 경매시장 참여를 늘린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서 일반 매매로 아파트를 취득할 때 실거주 의무가 적용된다. 반면 법원 경매를 통한 취득은 토지거래허가 대상에서 제외돼 기존 임차인이 있는 상태로 아파트를 낙찰받는 것이 가능하다. 임차인을 승계하는 방식의 투자가 가능한 셈이다.
◆ 빌라 강제경매도 30대가 주축
임차인이 없는 주택을 경락잔금대출을 받아 낙찰받는 경우에는 일반 주택담보대출과 마찬가지로 대출 규제에 따른 실거주 요건을 확인해야 한다. 반면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하지 않고 아파트를 낙찰받은 경우에는 이후 새로운 임차인을 들이는 것도 가능하다. 이에 따라 단순히 아파트를 낮은 가격에 사려는 목적뿐 아니라 향후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해 임차인이 있는 아파트를 미리 확보하려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빌라 물건 비중이 높은 강제경매에서는 30대가 지난해부터 이미 핵심 매수층으로 부상했다. 경매는 채권자가 확정판결 등 집행권원을 바탕으로 신청하는 강제경매와 담보권 실행을 위해 진행하는 임의경매로 나뉜다. 올해 상반기 강제경매로 낙찰된 집합건물 가운데 빌라는 47.8%로 절반에 가까웠다. 지난해 상반기 강제경매를 통해 집합건물을 매수한 사람 가운데 30대가 33.1%를 차지해 모든 연령대 중 비중이 가장 높았다.
임의경매와 마찬가지로 강제경매에서도 20대 매수인 비중이 높아진 점이 눈에 띈다. 20대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8.2%에서 올해 상반기 10.0%로 상승했다. 최근에는 서울 아파트값이 지나치게 높아지자 재개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빌라 투자에 관심을 갖는 청년층이 늘면서 빌라 경매시장의 열기도 높아지고 있다.
◆ 전문가 "권리분석 꼼꼼히 해야"
다만 전문가들은 경매 물건은 권리관계가 복잡한 경우가 있어 입찰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주현 지지옥션 전문위원은 "경매시장에 참여하려면 권리 분석은 기본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 아파트 거래가 주춤한 상황에서도 호가만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단지가 많다"며 "경매의 핵심은 적정 입찰가를 산출하는 것인 만큼 이런 단지에 대해서는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용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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