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안정훈 기자(esoterica@mk.co.kr)기사입력 2025.07.31 07:37:13
윤종규 전 KB금융 회장은 오랜 금융·회계·세법 경험을 바탕으로 집값 문제에 대해 통찰력 있는 해법을 제시했다. 관통하는 메시지는 1가구 1주택 도그마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었다.
-집값 어떻게 해야 잡을 수 있나.
▷전세대출부터 다시 생각해봐야한다. LTV(담보인정비율) 규제를 전세대출이 형해화시켰다. LTV가 40%면 10억짜리 집 살 때, 6억원은 본인 돈, 4억원은 대출을 받아야 한다.
전세대출이 이걸 망가뜨렸다. 10억짜리 집이 전세가 7억이면 본인은 3억원만 준비하면 갭투자가 가능해진 것이다.
전세대출이 집없는 사람들 돕자는 선의에서 도입됐는데, 유주택자가 자기 돈 몇푼 안들이고 집을 또 살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줬다.
-6·27대책은 어떻게 평가하나.
▷빚으로 부동산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맞는 방향이다. 다만, 6억원 한도를 주택 한 채에만 적용하는 게 맞느냐는 생각을 한다.
국민 한 사람에 대해 대출 상한선을 두면 어떤가. 예를 들어 비싼 주택 1채만 가진 사람도 있고, 서울과 지방에 나눠서 가진 사람도 있고 한데, 그 경우 한 채만 대출해주고 다른 건 안해주는 게 맞느냐는 것이다. LTV와 DSR을 엄격히 적용한다는 전제 하에 1인당 상한을 두는 것이 맞지 않을까.
-결국 똘똘한 한 채 문제로 돌아온다.
▷1주택 비과세, 다주택 중과세 고정관념에서 좀 벗어날 필요가 있다. 30억이 있는데, 강남에 1채 사는 사람이 있고, 시골에 부모님 계시고 지방 공기업 근무하는 자녀가 있어서 10억짜리 3채 사는 경우가 있다.
1채 산 사람은 좋은 사람이고, 3채 산 사람은 나쁜 사람 아니잖아. 그런데 세금은 30억 하나 산 사람은 우대하고, 3채 산 사람은 징벌적 과세를 한다.
주택 수 따지지 말고 총액만 보고 과세하는 게 맞다.
-1가구1주택이라고 봐주지 말자는 뜻인가.
▷1가구1주택 양도세 비과세는 박정희 대통령 때 시작됐다. 중산층 육성 측면에서 국민들이 집 한 채 정도는 있어야 되는 것 아니냐 해서 정부가 세수를 손해보면서 도입했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면서 지금은 강남에 100억짜리 주택도 있고, 지방에 몇 억 안되는 집도 있다. 이제는 이걸 같은 1주택이라고 볼 수 없는 지경이 됐다.
-바로잡을 방법이 있을까.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손봐야 한다. 양도세 비과세 대상을 9억 이내로 정했는데, 9억 넘어가는 주택이 자꾸 생겨나니까, 오래 보유한 사람들은 좀 봐주자는 취지로 10년 보유하면 80%까지 세금을 빼주는 게 ‘장특공제’다. 이건 상한이 없어 집값 상승에 무방비다. 장특공제에도 상한 캡을 씌우는 걸 진지하게 생각해볼 때가 됐다.
사회 전체로 보면, 소득이 근로소득 사업소득 부동산투자소득 금융투자소득 4개로 나뉜다. 열심히 일하고 사업해서 돈 벌면 저축하고, 주식투자하고 그래서 돈 모이면 집 사는 건데, 근로나 사업처럼 돈 모으는 과정에는 세금을 제대로 다 부과하면서, 돈 다 모아서 부동산까지 올라간 사람들한테는 세금 깎아주는 게 과연 맞는 건가.
어느 연예인이 30억원에 집 사서 180억원에 팔았다고 하는 뉴스를 봤는데 장특공제 받으면 세금이 10억여원이다. 그건 타당하지 않다. 시대변화에 맞춰 1가구1주택 양도세 비과세를 소득공제제도로 바꿀 필요가 있다. 거주 편의를 위해 과세이연이나 연부연납을 폭넓게 인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시장가격에 반하는 것이 분양가상한제다.
▷분양가와 시장가격 차이가 많이 나서 그런 건데, 분양가 상한제를 안하면 건설사가 ‘떼돈’을 벌고, 분양가를 규제하면 분양받은 입주자가 ‘로또’를 맞는다.
어느 쪽도 바람직한 상황은 아니다. 과거에 분당 평촌 1기 신도시 때 시행했던 채권입찰제 부활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되, 채권 많이 쓰는 사람에게 순서대로 분양권을 주는 것이다. 건설사 폭리와 분양자 로또 사이에 가격조정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이걸 임대주택, 서민주택 같은 공공주택 재원으로도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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