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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서진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seojin@mk.co.kr)기사입력 2026.08.05 16:00:44

지방을 중심으로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3만 가구에 육박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지역에서는 오히려 신규 주택 착공이 대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위축된 건설경기를 회복하기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통한 미분양 주택 매입을 확대하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공공의 과도한 개입이 건설업계의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를 조장하고 시장의 자율적인 공급 조절 기능을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토교통부 주택통계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전국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2만9786가구로 집계됐다. 이 중 지방 물량이 2만5091가구로 전체의 84.2%를 차지했다. 지역별로는 대구(3575가구)가 가장 많았으며 부산(3292가구), 경남(3226가구), 경북(2973가구), 경기(2568가구), 충남(2372가구) 등이 뒤를 이었다.
문제는 악성 미분양 상위 10개 지역 중 6곳의 올해 상반기 착공 물량이 전년 동기 대비 오히려 증가했다는 점이다. 경북의 올해 1∼6월 착공 물량은 8242가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459.2% 급증했다. 이어 충남(285.4%), 전남(121.4%), 인천(102.6%), 대구(94.9%), 경남(10.8%) 등에서도 착공이 크게 늘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지방 건설경기 회복을 위해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주택 매입 목표를 기존 3000가구에서 8000가구로 확대하고 매입 상한가 역시 감정평가액의 83%에서 90%로 상향 조정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한성숙 국무총리 주재 부동산 토론회에서 “지방 미분양 문제 해결을 위해 국가가 적극적으로 매입하는 것이 중요하며 가격도 상당히 원활하게 줄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 같은 정부 정책이 건설사의 리스크를 보전해 주는 안전장치로 작동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분양이 호조를 보이면 수익을 얻고 미분양이 발생하더라도 LH가 손실을 줄여주는 수준에서 매입해 주기 때문에 사업자 입장에서는 손해를 보지 않는 구조”라며 “LH의 재정 부담은 늘어날 수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공공의 시장 개입이 단기적인 경기 회복에는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주택 시장의 자율 조절 기능을 훼손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조정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토지주택위원장은 “사업에는 리스크가 있어야 혁신도 하고 품질도 개선하면서 시장의 선택을 받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며 “공공이 미분양을 떠안으면 사업 경쟁력이 떨어지고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하거나 가격을 낮춰 시장 안정을 유도하려는 시장 기능도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감정평가액의 일정 비율로 매입하기보다 해당 지역의 실제 수요를 반영한 역경매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며 “정부가 매입 물량을 정하고 사업자가 제시한 가격 가운데 가장 낮은 가격부터 사들이는 방식이 시장 기능을 살리면서 미분양도 해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