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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연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gobaek@mk.co.kr)기사입력 2026.04.29 11:13:53

서울 강남권에서 매도자가 매수자에게 잔금을 빌려주는 ‘셀러 파이낸싱(Seller Financing)’ 거래가 다시금 등장하고 있다. 초고가 주택에 대한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현금 부족 수요와 매도 압박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2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매도자가 매수자에게 잔금을 빌려주는 형태의 거래는 이른바 ‘셀러 파이낸싱’으로 불린다.
일례로 강남의 한 아파트를 매수한 40대 직장인 A씨는 잔금 일부가 부족해 계약을 망설이던 중, 매도인이 “부족한 금액을 빌려주겠다”고 제안을 받기도 했다. A씨는 매도인과 시중 금리 수준의 이자를 지급하기로 합의하고 수억 원을 차입해 잔금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매도인은 해당 주택에 후순위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방식이다.
앞서 ‘셀러 파이낸싱’은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 1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이 전면 금지됐던 2020년 전후 강남권에서 한 차례 확산된 바 있다. 이후 규제 완화와 함께 자취를 감췄지만 최근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구조적 왜곡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최근 시장 환경은 당시보다 더 촘촘해졌다는 평가다. 지난해 발표된 10·15 대책에 따라 15억원 초과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는 4억원, 25억원 초과는 2억원으로 제한됐다.
여기에 ‘사업자 대출’을 통한 우회 자금 조달까지 금융당국이 강도 높게 단속하면서 자금줄은 사실상 전방위로 조여진 상태다. 개인사업자가 운전자금 명목으로 대출을 받아 주택을 매수한 것으로 의심될 경우 전수 검증이 이뤄지는 등 관리도 강화됐다.
수십억원의 현금을 자체 조달하지 못하면 상급지 진입이 어려운 구조가 고착화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거래가 ‘상급지 갈아타기’ 수요가 막힌 데 따른 기형적 시장 현상이라고 보고 있다. 강남권 주택 시장은 기존 주택을 처분하고 상위 지역으로 이동하는 유주택자의 갈아타기 수요가 중심이었지만, 강력한 대출 규제로 유주택자의 진입이 사실상 차단됐다.
반면 무주택자에게만 거래가 열려 있지만, 이들 상당수는 초고가 주택을 감당할 자금력이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토지거래허가제까지 겹치며 시장은 더욱 왜곡되고 있다. 실거주 의무로 인해 전세를 낀 ‘저가 매물’은 유주택자가 매입할 수 없고, 즉시 입주가 가능한 ‘고가 매물’은 무주택자에게 과도한 자금 부담을 요구한다. 수요와 공급이 서로 맞물리지 못하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일례로 최근 입주를 시작한 서초구 ‘메이플자이’ 전용 84㎡ 기준 매물 가격은 45억~60억원대에 형성됐다. 이 가운데 40억원대 매물은 대부분 전세가 낀 물건으로 다주택자가 내놓은 경우가 많고, 실입주가 가능한 매물은 50억원 이상으로 가격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거래가 당장의 이해관계를 맞추는 수단이 될 수는 있지만, 리스크 역시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매도자는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빠르게 처분할 수 있고, 매수자는 부족한 자금을 보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거래가 성사되는 것”이라면서도 “자금 출처에 대한 소명이 불명확할 경우 향후 법적·세무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