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어려운 90년대 아파트 대수선 방식으로 재생 추진 현대건설 '더 뉴 하우스' 공개 1억 미만 부담으로 이주없이 외관·설비·조경 등 '싹' 고쳐 삼성도 '넥스트 리모델링' 선봬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등 대형 건설사들이 재건축 연한이 도래하지 않은 구축 아파트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맞춤형 리모델링' 사업을 새로운 먹거리로 모색하고 있다.
1990년대 후반 이후에 지어진 아파트들은 용적률이 대개 300~400%에 달하는 경우가 많아 신규 분양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분양 수익으로 사업비를 충당하는 재건축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그런데 단지 골조만 남기고 철거·증축하는 기존 리모델링도 공사비가 급등하며 경제성이 떨어진 상황이다. 건설사들은 이 같은 상황에 빠져 있지만 노후화와 시세 격차로 불안해진 단지들을 공략해 '캐시카우'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현대건설은 노후 단지를 이주 없이 신축 아파트 수준으로 탈바꿈시키는 주택 신사업 '더 뉴 하우스(THE NEW HOUSE)'를 6일 공개했다.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이 불가능한 단지들이 가구당 1억원 미만의 비용으로 주거환경 개선을 이루고, 인근 신축 단지와 격차를 좁히는 것이 핵심이다. 회사 관계자는 "'더 뉴 하우스'를 통해 다른 브랜드 단지도 '디에이치(THE H)'나 '힐스테이트'로 교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사업은 아파트 리모델링 중에서 '대수선' 사업을 토대로 한다. 기존 리모델링은 주로 지하를 뚫어 주차장을 새로 만들거나 증축하는 등 재건축에 준하는 '대공사'인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 방식은 이주·철거가 필요하고 금융비용과 사업 기간도 재건축과 유사해 시장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더 뉴 하우스'의 근간이 되는 대수선 사업은 방식이 다르다. 이주·철거 없이 커뮤니티 시설과 외관, 공동주택 관리·제어 시스템과 주차장, 조경, 설비, 엘리베이터 등이 공사 대상이다. 조합 설립 대신 입주자대표회의를 통해 해당 동(棟) 소유자 67% 이상의 동의를 받으면 된다. 전체 소유자 75%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기존 리모델링보다 사업 추진 문턱이 낮은 것이다. 현대건설도 이 사업의 지향점으로 △이주 없이 △간소한 절차 속에서 △2년 이내 완료하는 것을 내세웠다.
현대건설에 따르면 '더 뉴 하우스'는 거주구역과 공사구역을 단계별로 분리해 주거 개선 작업에 돌입한다. 입주민들의 동선을 분석해 공사에 따른 주민들의 불편도 최소화할 방침이다. 외관·조경·편의시설 개선은 물론 단지 유휴 공간을 추가로 활용해 아파트 가치를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주차 문제는 로봇주차 시스템을 적용해 최대 30%까지 공간을 추가로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다만 층고를 높이는 일이나 주차장 확대 등 구조 변경은 불가능하다.
주거 개선에 소요되는 시간도 2년 안으로 단축한다. 대수선 방식을 활용하기 때문에 입주자대표회의가 사업을 시행하고 시공사가 설계와 행정, 시공, 사후관리(AS) 등을 수행할 가능성이 높다. 회사 관계자는 "용적률을 조금이라도 상향해야 하는 경우에는 일반 리모델링처럼 주택법을 따르기 때문에 주민 동의율 등이 올라갈 수 있다"면서도 "이주 철거가 필요 없어 공사 기간이나 비용 문제는 훨씬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현대건설은 단지 상황에 따라 소요되는 비용을 가구당 1억원 안팎으로 추산했다. 이주에 따른 금융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에 기존 리모델링보다 부담이 덜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더 뉴 하우스' 첫 적용 대상은 서울에 있는 삼성동 힐스테이트 2단지다. 이곳은 준공 18년 차 대단지로 지하주차장 누수, 노후화된 설비, 부족한 커뮤니티 공간 등 과제를 안고 있다. 현대건설은 단지 외부와 가구 내부로 나눠 사업을 진행하고 조경·공간 확장·첨단기술 접목 등을 추진한다. 가구 내부 공사는 희망 가구에 한해 선택적으로 진행한다. 현대건설은 수원 '신명 동보아파트' 등과도 이 사업과 관련해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삼성물산도 최근 도심재생 솔루션 '넥스트 리모델링'으로 시장 진출을 알렸다. 넥스트 리모델링은 기존 리모델링 체제를 쓰지만 지반공사와 토공사 등이 제외되기 때문에 대수선과 큰 차이는 없다.
[손동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