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박소은 기자(park.soeun@mk.co.kr)기사입력 2026.08.17 20:30:17

서울 아파트 임대차 시장의 무게추가 전세에서 월세로 빠르게 기울고 있다. 최근 7년 사이 전세 가구는 3만가구 넘게 줄어든 반면, 반전세를 포함한 월세 가구는 5만가구 이상 급증했다. 전체 임차가구가 1만7000가구가량 늘어나는 데 그친 것을 감안하면 기존 전세의 자리를 월세가 빠르게 대체하고 있는 셈이다.
17일 국가통계포털(KOSIS) 주거실태조사 마이크로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가구는 37만1972가구로 61.9%, 월세(보증금 유·무 포함) 가구는 22만9029가구로 38.1%를 차지했다.
현행 표본 체계로 조사를 시작한 2017년에는 전세 가구가 40만6855가구로 69.7%, 월세 가구가 17만7269가구로 30.3% 수준이었다.
7년 새 전세 비중은 7.8%포인트(p) 하락하고 월세 비중은 같은 폭으로 상승했다. 가구 수로는 월세가 5만1760가구 늘어난 반면 전세는 3만4883가구 감소했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전체 임차가구는 58만4124가구에서 60만1001가구로 약 1만7000가구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체 임차가구 증가폭보다 월세 증가폭이 3배 이상 컸다는 점에서 임차시장 내부의 전세→월세 전환이 상당 부분 진행된 것으로 풀이된다.
시기별로 보면 월세 비중은 코로나19 때인 2020년 28.8%(17만2876가구)로 가장 낮았다가 2021년 38.4%로 10%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이후 2022년 37.2%, 2023년 35.6%로 낮아졌지만 2024년 다시 38.1%로 상승했다.
통계 작성 기관인 국토연구원 관계자는 “연도별로 금리 등 시장 여건과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등락이 나타날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전세가 줄고 월세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전세의 퇴조에는 집값과 전셋값 상승, 금리 변화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세보증금 규모가 커지면서 세입자의 목돈 마련 부담이 커진 데다 집주인 입장에서도 거액의 보증금 대신 매달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할 수 있는 월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전세사기와 역전세난을 거치며 큰 보증금을 맡기는 것을 꺼리는 세입자가 늘어난 것도 월세화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시장에선 앞으로 월세화 흐름이 더 강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실거주를 강조한 정부의 부동산 세제 개편안이 시행되면 전세 시장이 더욱 위축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다주택자와 비거주 1주택자의 세 부담이 커지면서 주택을 처분하거나 전세 대신 월세를 선택하는 집주인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보유세는 매년 현금으로 납부해야 하는 비용인 만큼 세 부담이 커질수록 임대인이 월세를 통해 현금 수입을 확보하려는 유인이 커질 수 있다. 반대로 세 부담 때문에 임대주택을 처분하는 경우에는 전세를 포함한 민간 임대주택 재고 자체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전세 감소는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과도 직결된다. 전세는 목돈을 보증금으로 맡기는 대신 매달 지출하는 주거비가 상대적으로 적지만 월세는 소득에서 매달 일정액이 빠져나간다. 전세에서 월세로의 전환이 계속될 경우 청년·신혼부부 등 무주택 가구의 저축 여력이 줄어 내 집 마련을 위한 자산 형성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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