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이기자-52]
강남3구·용산구 등 투기과열지구
조합원 지위 양도 까다로워 주의
5년 거주·10년 보유 1주택자만
예외적으로 조합원 지위 양도可

“재건축 등 선호단지에서 상승 거래가 포착된다.”
요즘 한국부동산원이 매주 발표하는 ‘서울 아파트 가격 동향조사’ 자료에는 이 같은 문구가 자주 적혀 있습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대치동, 송파구 잠실동, 영등포구 여의도동, 양천구 목동 등에 있는 재건축 단지에서 연일 신고가가 나오는 여파입니다.
높은 관심을 받고 있지만 재건축 단지는 매매할 때 주의해야 할 사항이 많습니다. 특히 ‘투기과열지구’란 규제 지역에 속한 재건축 아파트를 살 때는 더욱 여러 사항을 살펴봐야 합니다. 최근 서울 집값이 들썩이며 정부가 규제 지역을 추가로 지정할 수 있다고 경고한 만큼, 오늘은 관련 내용을 자세히 다뤄보겠습니다.
투기과열지구에선 조합원 지위 양도 ‘원칙적으로 제한’
정부는 집값이 빠르게 오르는 지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할 수 있습니다. 투기 수요가 몰리는 곳이라고 보기 때문에 여러 규제를 가하는 게 특징입니다. 대출을 줄이고, 청약을 까다롭게 하고, 세금을 많이 매기는 식이죠.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대한 규제도 마찬가지로 강화됩니다.

대표적으로 투기과열지구에 속한 재건축 단지는 ‘조합설립인가’ 이후 아파트를 사고파는 게 상당히 까다로워집니다. 조합원 지위 양도가 원칙적으로 제한되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 조합이 만들어졌다는 공식 인가를 받은 뒤부턴, 내가 가진 조합원 지위를 다른 사람에게 넘길 수가 없게 됩니다.
물론 낡은 아파트를 거래할 순 있습니다. 거래 자체는 가능합니다. 하지만 조합원이 될 수 없으면 누가 조만간 철거될 노후 단지를 사겠다고 나설까요. 조합원이 아니니 새 아파트 입주권을 얻을 수 없을 텐데요. 현금 청산 대상이 되긴 싫을 테니 아무도 사지 않으려고 하겠죠. 사실상 거래를 제한하는 효과가 생깁니다.
‘5년 거주·10년 보유’ 매물 예외적으로 지위 양도 가능
다만 조합원 지위를 양도할 수 있는 예외 사유가 있긴 합니다. 무조건 안 된다고만 하면 재산권 피해를 볼 수도 있으니까요. 투기과열지구 안에서도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조합원 지위 양도가 가능하도록 예외를 뒀습니다.
대표적인 게 바로 ‘5년 거주·10년 보유’ 요건입니다. 집을 파는 사람(양도인)이 △1가구 1주택자이고 △해당 아파트에 5년 이상 살았고 △10년 이상 소유하기까지 했으면, 조합원 지위를 양도할 수 있습니다. 오랜 기간 동네에 살면서 집을 딱 한 채만 갖고 있었던 사람이라면 투기꾼이 아닐 테니까요.

이번엔 아예 실제 사례를 예시로 들어보겠습니다. 현재 전국에서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지역은 딱 4곳뿐입니다. 서울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용산구가 그 주인공입니다. 강남구엔 서울 재건축의 상징으로 꼽히는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있죠.
은마아파트는 2023년 9월 26일 조합설립인가를 받았습니다. 이로 인해 은마아파트는 현재 5년 거주, 10년 보유한 1가구 1주택 집주인만 조합원 지위를 양도할 수 있습니다. 4424가구 규모의 대단지인데도 시장에 나온 매물이 수십 건에 불과한 건 이러한 이유에서입니다.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은마아파트에서 나온 매물은 52건 뿐이죠.
재건축 장기간 표류하면···3·3·3 원칙도 예외 사유로
또 다른 예외 사유도 있습니다. 재건축 사업이 오랜 기간 표류할 때입니다. 워낙 많은 변수가 발목을 잡곤 하니까요. 재건축 사업이 장기 지연될 때도 조합원 지위를 양도하는 걸 허용합니다. 부동산 업계에선 이를 ‘3·3·3 원칙’이라고도 부릅니다.
△조합설립인가일부터 3년 동안 사업시행인가 신청이 없을 때 △사업시행인가일부터 3년 안에 착공하지 못했을 때 △착공일로부터 3년 동안 준공되지 않았을 때 조합원 지위를 양도하는 게 가능합니다. 물론 주택이나 토지를 3년 이상 계속 소유했을 때 얘기입니다.

예를 들어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를 떠올려볼까요. 이곳은 현재 조합이 설립된 상황입니다. 하지만 5년 거주·10년 보유한 집주인이 아니더라도 매물을 자유롭게 내놓고 있습니다. 잠실주공5단지는 무려 2013년에 조합설립인가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단지는 조만간 사업시행계획인가를 신청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때부턴 다시 5년 거주·10년 보유 요건을 충족할 때만 조합원 지위 양도가 가능해지겠죠.
서울 집값 고공행진에···정부 “규제지역 추가 검토” 엄포
이 같은 규제가 강남3구와 용산구가 아닌 다른 지역에도 적용될지 관심이 모입니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시작된 집값 상승세가 마포·양천·성동 등 비강남권 주요 지역으로 번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준강남으로 불리는 경기 과천과 분당의 집값 상승세도 매섭고요.
정부는 이에 시장 과열 조짐이 더욱 심화될 경우 ‘추가 규제지역’을 지정할 것이라고 경고하는 중입니다. 정부는 지난달 23일 “필요시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토지거래허가구역 추가 지정 등 시장 안정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현재 서울 곳곳엔 재건축 아주 초기 단계인 노후 단지가 여럿 있습니다. 재건축 진단을 이제 막 통과했거나, 정비계획을 열심히 짜고 있는 단지들 말입니다. 조만간 조합이 설립될 수 있는 이런 노후 단지들 입장에선 규제지역 추가 지정은 상당한 변수입니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는 순간부턴 오랜 기간 갈아타기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동산 이기자’는 도시와 부동산 이야기를 최대한 쉽게 풀어주는 연재 기사입니다. 어려운 용어 때문에 생긴 진입 장벽, 한번 ‘이겨보자’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초보도 이해할 수 있게 기초부터 차근차근 다루겠습니다. 기자페이지와 연재페이지를 구독하시면 더욱 다양한 소식을 접할 수 있습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