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에 보증보험 필수로
보증한도 줄어들자 월세 늘고
저렴한 전세매물 빠르게 소진

서울 은평구 대조동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 모씨는 전세 계약 만료를 앞두고 반전세로 돌려야 한다고 집주인에게 통보를 받았다. 빌라 전세보증보험 한도가 축소돼 보증금을 줄여야 하니 그 차이만큼 월세를 내라는 것이다. 이씨는 "돈을 아끼려고 전세로 사는데 월세까지 더해지면 생활이 힘들다"며 이사를 결심했다. 그런데 서울에서 전세 시세가 낮은 강서구 화곡동 쪽을 둘러보니 원룸(전용면적 33㎡ 이하) 1억원대 전세 매물은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었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전세사기 여파로 월세나 반전세가 늘었고, 보증보험이 다 되는 전세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씨는 "서울살이를 포기하고 싶다"고 토로했다.
전세사기 여파로 빌라 임대차 시장이 월세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1인 가구의 주거비 부담이 치솟고 있다. 정부가 매매가와 전세가가 차이가 안 나는 '깡통전세'를 막겠다며 전세보증보험 기준을 축소했는데, 그 여파로 기존 전세 매물이 반전세나 월세로 바뀌며 전세 매물이 급감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주로 1억원대 1인 가구가 많이 찾는 '저가' 금액에 몰려 1인 가구에 직격탄이 됐다. 이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전세를 계약하거나 월세로 살아야 하는 상황이다.
화곡동에서 10년째 공인중개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박 모씨는 "괜찮은 전세 매물은 1억원대가 없다. 보증금 1억원대로는 월세를 조금이라도 내거나 (반전세) 반지하 주택"이라며 "보증보험 가입이 가능한 전세 원룸은 2억원 이상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가 전세가 급감한 이유로는 전세보증보험 한도 축소가 꼽힌다. 정부는 전세사기를 막기 위해 전세금이 공시가격의 150% 이하이면 보증보험을 발급해주던 것을 126%로 강화했다. 매매가 안 돼 시세가 낮게 잡히는 빌라는 공시가가 낮은데 이 기준에서도 150%에서 126%로 축소되니 기존 전세 시세로는 보증 한도를 초과한다. 이에 집주인들이 보증금을 줄이고 월세로 전환하게 된다. 전체적으로 전세 매물이 줄다 보니 보증보험이 가입되는 전세 매물이 더욱 '귀해졌다'는 게 공인중개사들의 전언이다.
보증보험 전세 매물은 주로 신축 연립·다가구·다세대주택이다. 실사용 가치가 높은 신축 빌라는 구축 빌라보다 매매 거래가 활발해 같은 입지라도 공시가가 높은 편이다. 즉 전세보증보험 한도가 구축 빌라보다 높다.
화곡동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구축 빌라 집주인들은 반전세나 월세가 많다. 보증보험에 가입되더라도 반전세는 월세가 들어 임차인들이 부담스러워한다. 온전히 보증보험 전세 원룸을 구하다 보니 보증금 2억원대 이상만 거래된다"고 말했다.
전국비아파트총연맹 관계자는 "수요 없는 구축 빌라는 매매가가 낮게 잡혀 '공시가 126%' 기준 전세가는 시세를 왜곡하게 된다"며 "그 부작용으로 전세 매물 실종, 월세 상승이 나타나고 결국 서민들 주거비만 올라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선희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